안희정 충남지사는 13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정국과 관련, 정치인들을 '작두를 타는 사람'으로 비유하면서 "분노로 작두를 타버리면 폭력과 전쟁의 시대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의 정치권이 지나치게 대결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비판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상대편에 대한 감정적 공격보다는 생산적인 대안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관람한 뒤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지사는 "작두를 타는 경지에 오른 정치인들이 많지만, 이들이 모두 좋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잘못 중 하나로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거론하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권력을 갖고서 다른 정치적 태도를 자꾸 밟는 일이 생긴다"며 "사익과 공공선을 헷갈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민들의 성난 민심에 편승해서는 안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어 "그렇다고 언제까지 시민들에게 광장에 나와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수'를 내보내야겠는데, 야3당은 저러고 있고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를 붙들고 있다. 정당정치의 현실이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정치인으로서 가장 힘든 때에 대해서는 "'노무현의 맛'을 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장뇌삼이 오리지날 산삼의 향을 못 이긴다더라"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진 맛은 들풀의 냄새이자 생명력의 냄새다. 먹물쟁이의 가식이 없고 관념이 아닌 삶 속에서 옳고 그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새누리당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관계와 비교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어떤 분은 이 대표가 저의 태도를 계승했지만 매우 안 좋은 효과를 봤다고 농담을 하더라"라며 "노 전 대통령하고 관계를 맺은 분들은 모두 친구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일체의 권위의식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에 대해서는 "이미 뛰어넘었고 촛불을 보니 더 많이 뛰어넘을 것 같다"며 "1990년 3당 야합 뒤에 26년이 지났는데, 이제 부산에서 문재인 전 대표도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 정당을 서서히 극복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