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한일간 위안부 합의가 있은 지 8개월 쯤 후인 지난해 8월 15일, 일본 아베총리가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한다.

이 담화에서 아베는 "전쟁 때문에 많은 여성들의 존엄이나 명예가 깊이 상처를 받게되는 과거를, 이 가슴에 새겨나가겠다"면서 일면 반성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여성의 인권이 상처입는 일이 없는 세기를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를 리드해 왔다"며 일본이 전후 여성인권 신장의 수호자인양 자화자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은 커녕 '위안부'란 말 자체도 지칭하지도 않았고 그 어떠한 사과의 표현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가장 앞장 서 위안부 문제 인정과 사과, 보상법 및 교과서 등재 등을 원했던 국가가 한국이었다. 그런데 그 한국의 정부와 돈 10억엔 출연과 외무상의 사과로 매듭지어진 마당에 굳이 위안부 관련 내용을 넣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또 5개월여가 지난 지금, 아베 총리와 외무상등이 "한국정부가 위안부합의시 소녀상철거를 약속(?)했다며 이를 이행하라"고 국제적으로 난동수준의 행위를 벌이고 있다.

도대체 한일간의 위안부 합의가 어땠길래 종전 70주년 담화에도 '위안부'문구조차 넣지않고 시민단체가 건립한 소녀상 철거 합의까지 주장하며 외교적 협박을 서슴치 않는 걸까.

2015년 12월 합의 직전, 당시 외교부에서는 일본측이 위로금명목의 출연금을 제외하고 보상법마련이나 추가조치 등의 우리측 주장에 대해 일본이 손사레를 젖는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런 수준으로 아베와 합의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또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돌연듯, 우리 외교부는 태도를 바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출연금 10억엔을 받는 조건과 외무상의 형식적인 사과담화를 전제로 정부간 합의를 진행했다. 정부간 합의문 채택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 청와대쪽의 강력한(?) 지시가 떨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결과, 지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보상법마련, 교과서 등재 등을 위해 지난 20여년을 애쓴 위안부 할머니와 시민단체, 그리고 관계공무원들은 일본에게 10억엔의 돈을 받자고 싸운 결과가 돼버렸다.

하물며 이런 어처구니 없는 합의에 이후 일본 정부는 당당하게 소녀상 철거가 합의조건이라며 요구하고 나오고 있으니, 해방이후 가장 졸렬한 외교협상의 결과물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잠룡들의 '용트림'으로 조기대선 국면이 다음주부터 펼쳐질 기세다.

보수진영의 주자건, 진보진영의 주자건 '한일 위안부 협상'은 전면 무효화돼야 한다.

차기정부는 필요하다면 10억엔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델란드 등과 협조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체계를 갖추고 일본이 진실된 반성과 관견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엔과 연합해 일본을 압박해야한다.

'최순실 농단'으로 인한 국정쓰나미 사태보다 박근혜 정부가 진행한 아베와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