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새 당명이 ‘새누리당’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새로움의 `새'와 나라의 또 다른 우리말이면서 나라보다 더 큰 의미인 `누리'가 합쳐진 것으로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를 뜻한다는 게다.

더불어 ‘새누리당’은 국민의 염원을 대신하는 당명이며, 새로운 대한민국,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갈등을 넘어 국민이 화합하고 하나 되는 새 세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이다.

당명 결정은 중요하다. 한번 결정하면 수십 년, 백년 가깝게 전통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게 역사성이다. 선진국이 그래서 당명을 바꾸지 않는 게다.

이에 비해 틈만 나면 당명을 바꾸는 게 우리 정치사다.
당명을 바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명을 바꿀 때는 뭔가 잘 안 될 때다. 국민에게 미안하거나, 도저히 현재 당명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을 때 쓰는 극약처방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997년 11월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했다. 결국 한나라당 간판은 14년3개월 만에 내려지게 된 셈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새 당명에 대한 국민공모를 실시해 총 9천211건(복수응모 포함시 1만건 이상) 응모작을 접수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전문가 분석 및 당내 의견수렴을 통해 후보작을 새희망한국당, 한국민당, 새누리당 3개로 압축한 뒤 이날 비대위에서 ‘새누리당’을 최종 확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을 듣는 국민들 표정이 시큰둥하다. 사실 누가 들어봐도 촌(?)티 난다.‘새 누리’는 ‘새 나라’란 뜻이라 한다.

그럼 ‘새나라당’이 훨씬 낫지 않은가. 아마도 ‘한나라당’에서 ‘새나라당’ 하면 ‘그 나물에 그 밥’ 같아서 외면 한 것 같다.

그러나 당명은 역사성, 전통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선진 외국은 당명을 바꾸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내색은 안하지만 사실 당혹했을 게다.

애써 "이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나서 얼마나 잘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역설 했지만, 묘한 여운이 남는다. 썩 내키지 않는 속내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명이라는 것은 국민의 지지와 믿음 속에서 그 힘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국민의 지지와 믿음, 신뢰를 얻어 내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만일 당명 바꿔서 국민지지 못 얻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누리당’으로 4.11 총선 치러서 승리하면 다행인데, 대패하면 대선전에 또 당명 바꿔야 할 것 아닌가. 물론 또다시 ‘헤쳐모여’ 새 당을 만들게 뻔해서다.

해서, 당명을 바꾸는 것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14년3개월만에 간판을 내리는 일은 어찌 보면 국회의원 선거가 4년에 한번인 걸 감안하면 4번이나 겪은 세월인데, 이를 너무 졸속처리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다.

요사이 박근혜 비대위원장 행보가 예전 같지 않다. 측근도 조급해 보이고, 다소 들떠서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박 비대위원장도 칼날 같은 카리스마 대신에 매사 두리 뭉실한 완연함이 엿보인다. 이 역시 측근들의 비전문가적인 조직에서 오는 오류라는것을  엿 볼 수 있다.

‘새누리당’ 당명으로 정권을 잡지 못할 경우, 잠깐의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 있다. 그런 당명을 지어서는 안 된다.

당선하던, 탈락하던 간에 오로지 그 당을 위해 헌신했을 때 비로써 당명이 빛을 발하는 법이다. 그런 이유에서의 당명의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

새누리=새나라, 새나라=한나라이고 보면 당명 바꾼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도대체 이런 한심한 잔머리(?)를 쓰는 장자방들이 누구인지, 요즘 따라 박비대위원장이 측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