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월정수당을 공무원 보수인상률 이상으로 올리기에 앞서 시행되는 여론조사를 놓고 지방의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월정수당을 큰 폭으로 올리자는 움직임이 일부 광역·기초의회에서 나오지만, 이런 분위기가 대폭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정한 월정수당 인상률에 대한 주민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많이 나오면 월정수당이 현재보다 줄 수 있는 데다 여론을 무시한 채 의정비를 올리려 했다는 비난을 살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들 입장에서 볼 때 여론조사가 '독배'(毒杯)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방의원들이 향후 이뤄질 여론조사나 공청회에서 도출될 주민 의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도와 시·군·구는 월정수당을 동결하거나 공무원 보수인상률(올해 2.6%) 수준에서 올리기로 했다.

다만 세종시는 공무원 보수인상률 이상으로 월정수당을 올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부 시·군에서도 큰 폭의 월정수당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충북 괴산군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월정수당을 10% 올리기로 했고, 경남 합천군 의정비 심의위는 9.7% 인상을 의결했다.

경북 울릉군 의정비 심의위도 8.5%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3개 군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을 통해 월정수당 인상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으로 의정 활동비를 올리려면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 주민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여론조사 때는 현재 지방의원들이 받는 월정수당을 밑도는 금액에서부터 의정비 심의위가 결정한 인상률을 웃도는 수준까지 5가지 안이 제시된다.

의정비 심의위는 잠정 결정한 인상률과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이 선택된 안을 놓고 다시 회의를 열어 최종 인상률을 정한다.

이때 심의위가 정한 인상률을 웃도는 월정수당이 결정될 수 있고, 반대로 동결되거나 감액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주민 대다수가 월정수당 동결이나 감액을 원한다면 지방의회는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의회를 불신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4년 전까지만 해도 공청회 개최는 월정수당을 편법으로 올리는 '꼼수'처럼 비쳤다.

여론조사 때는 찬반 의견이 명확하게 반영되지만, 공청회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구체적인 공청회 의견 수렴절차를 마련한 것도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강원도의회가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월정수당 인상률(3.26%)보다 낮은 공무원 보수인상률 수준에서 올려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공청회 때 자신들에게 불리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의회 안팎에서는 상당수 광역·기초단체 의정비 심의위가 월정수당 인상 여부와 그 폭을 놓고 '눈치작전'을 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얘기가 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방의원 월정수당을 자치단체별로 자율 결정하도록 했지만 큰 폭의 인상을 시도하다가 무산될 경우 주민 불신 초래 등 의회 위상에도 해가 될 수 있다"며 "지방의원들로서는 여론조사에 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