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손학규 대표 측과의 극한 대립 끝에 '12월 탈당'을 예고한 가운데 내홍 양상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손 대표 퇴진 여부를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장기화한 갈등에 더해 유 의원이 거론한 '12월 탈당'을 놓고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나아가 유승민계 내에서 미묘한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22일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 참여하는 안철수계 의원 7명은 같은 국민의당 출신 당권파 의원 9명과 비공개 회동하고 당 진로를 논의했다.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하는 국민의당 의원 16명이 모두 모인 가운데 약 1시간가량 이어진 회의는 모임을 소집한 당권파 김동철 의원이 "각자 생각을 들어보자"고 제안하고 7∼8명이 자유 발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권파 박주선 의원은 "국민의당이 중도실용 대안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며 "지도부 문제를 합의해 정중히 손 대표에게 건의하고, 국민의당 출신들은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 참석 의원은 "비당권파 의원들은 손 대표 사퇴와 함께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출당에 동의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에 대한 추가 답변은 없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유 의원의 12월 탈당 예고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안철수 전 의원의 의중을 알지 못하는 만큼 안 전 의원의 '메시지'를 기다리자는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수민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창당 정신을 기준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서로 단합하자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화요일 회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당 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당권파와의 접점을 없앤 유승민계 의원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변혁에 몸담은 안철수계 의원들은 '12월 탈당·창당'이라는 유 의원의 향후 로드맵에 대해 '이제부터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는 상황이다.

정계 복귀 대신 미국 유학길에 오른 안 전 의원이 변혁 동참 여부를 뚜렷이 밝히지 않고 있는 만큼 안철수계 의원들은 선뜻 '탈당 열차'에 동승하기 어려운 상태다.

탈당 후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이 거론되는 데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일부 읽힌다.

안철수계가 동반 탈당을 결단하더라도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은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변혁 측은 의원총회 결의로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유지하며 '출당'할 수 있다고 보지만, 당권파 측은 윤리위원회 제명까지 필요하다고 보는 등 해석이 엇갈린다.

이에 더해 유승민계 내부에서도 '12월 탈당'에 대한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유승민계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이 생각을 먼저 말한 것 같다. 현재 당 상황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기본전제이기에 그런 논의를 숙성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측 당권파는 이 점을 겨냥해 비당권파의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리려는 모습이다.

손 대표 측 장진영 비서실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소위 안철수계라고 하는 분들은 탈당에 대해 부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변혁 의원) 15명이 똘똘 뭉쳐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반으로 딱 쪼개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혁 측 김철근 대변인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유독 바른정당계만 공격의 타깃으로 잡고 공격을 하시는데, 참 안 좋은 이간책"이라며 "바른정당계를 내쫓고 안철수계와 안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 뭔가를 도모해보려는 것인데, 그간 당을 운영하며 어떻게 했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