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권 잠룡들의 물밑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무대인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정치적 존재감 확보는 물론이고 탄탄한 당내 기반 구축을 토대로 차기 대선 교두보를 마련하기가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초전'격인 이번 총선에 정치적 명운이 달렸다고 할 수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 분위기가 선거 국면으로 전환되어가자 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 주말 여권의 행사 중 눈에 띄는 것은 김부겸 의원 지지모임 '새희망포럼'의 대구 지부 발족식이다.

김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그리 높은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여권 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잠룡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새희망포럼'은 24일 오후 대구의 한 호텔에서 대구 지부 발대식을 개최했다. 포럼은 지난 2004년 결성됐지만 대구의 경우 지부가 없었다.

김 의원은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이철희 의원이 자리해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며 힘을 실어줬다.

이날 행사를 두고 김 의원이 지역구(대구 수성갑)가 있는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지지 조직 전국화에 박차를 가해 민주당 '동진정책' 양대 축 중 하나인 TK 공략을 통한 '전국 정당화' 달성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또한 김 의원은 최근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과 함께 연구원 유튜브 방송 '의사소통TV'에 출연, 녹화를 마치고 조만간 방송을 앞두고 있는 등 얼굴 알리기에도 주력 중이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여권 잠룡 간판 주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당 복귀 채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내달 중순 개각설이 나오는 등 당 복귀 '초읽기'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당내 인사들과 오·만찬을 하며 당과의 접촉면을 부쩍 늘리고 있다.

이 총리는 국민적 인지도와 호감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당내 기반이 없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만큼 무엇보다 당내 기반 확보가 급선무다.

이를 위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지원 유세를 하며 선거를 진두지휘하거나, 서울 종로 등 험지에 출마해 선거 승리를 이끄는 방안 등이 동시에 거론된다.

이를 통해 당내에 확고한 기반만 구축한다면 총리를 하면서 쌓은 대중적 호감도를 힘으로 차기 대선행 티켓을 어렵지 않게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친문(친문재인) 구애' 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총선에 출마는 하지 않지만 친문 핵심들과 잇따라 만나 '원팀' 메시지를 전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양 원장의 주선으로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만찬을 하고, 역시 주류 친문 전해철 의원과도 회동했다.

최근에는 '의사소통TV'에 양 원장과 동반 출연해 "정책 현안 등에 대해 언급할 때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와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은데 왜 나를 '비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해 열성 친문 지지층의 큰 반감을 사, 대선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당내 '반(反)이재명 정서'를 우선 불식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밖에 송영길 의원은 최근 선거 요충지 영·호남을 오가며 '강연정치'에 주력중이다.

송 의원은 이날 부산 영산대 해운대캠퍼스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울산시당에서도 같은 주제로 강연했다.

송 의원은 이달 초에는 전남 진도 강연에 이어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지역위원회에서 총선 전략 간담회를 열었고, 오는 29일에는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대권 차기 주자들에게는 일단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급선무"라며 "저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총선에서 이길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