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직설화법에 국회 과방위 국감장은 종일 들썩였다.

특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단호히 말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헛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23일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한수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을 저평가했다며 "위증한 적 있다"고 언급하자, 정 사장은 "한 번도 위증한 적 없다"면서 "의원님도 위증한 것에 대해 책임지십시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곧바로 이어지자 민주당 소속인 이원욱 위원장은 "내가 듣기에도 매우 과했다. 국민 모독 행위"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사장은 "국감 자리이기 때문에 과했다"며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이 "유감이 아니라 사과하고, 여야 의원들한테 머리 한번 숙이시라"고 하자 곧바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위증 발언'에 허리를 숙이긴 했지만 소신과 사실관계를 두고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일본이 가동 중인 원전은 36개"라고 하자 정 사장은 "5개가 돌아가고 있다. 그게 팩트다"라고 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도중에 "말씀이 맞습니다"라며 불쑥 끼어들기도 했다.

이에 변 의원과 주변 의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되돌린 건 잘한 결정"이라고 칭찬하는데도 "잘했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웃음을 터트리는데도 정 사장은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하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산자부 출신인 정 사장은 관료 출신답지 않게 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정으로 관가에서 유명하다.

공기업 CEO로는 드물게 SNS를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데,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일부 젊은 기자들은 위에서 시키는 프레임으로 루머만 쓰기도 한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이상한 기자 몇 명이 저를 저격한다고 난리도 아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