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와 관련해 서구 국가들이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시리아 공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국은 유엔의 결의 없이도 군사적 행동에 나선다는 공조 방안에 합의, 해군 함대의 순항 미사일로 시리아 주요시설을 공격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서구권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이 시리아 정부 측 군사시설 공격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3개국 정부가 군 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사회 대부분이 현대 전쟁에서 화학무기 사용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습은 이르면 이번 주초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일회성이며 서방 국가들이 반군 편에서 직접적 군사 개입을 지속하려는 계획은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개국 정상이 비상 전화로 군사개입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서방국의 군사 개입은 이번 주 중 시행될 수 있으며, 미 해군이 중심이 돼 시리아 정부 주요 시설을 순항 미사일로 공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은 시리아 인근 해역의 구축함 수를 평상시 2척에서 4대로 늘려 미사일 공격 태세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해군도 시리아 정부 시설을 대상으로 공격 목표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미사일 공격에 참여할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시리아 정부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협조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은 강경한 어조로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여러 증거가 지난 21일 공격이 화학무기에 의한 것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모든 정황이) 시리아 정권에서 자행한 것이라고 지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리아 정권의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은 채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B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유엔의 결정 없이도 영국과 동맹국은 유엔의 결정 없이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상응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학무기 사용에는 상응하는 제재가 따라야 한다는 미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서방국의 생각은 확고하다"며 "유엔안보리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제법에 따라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주체가 정부군이 아니라고 이해할만한 설명을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군사적으로 개입할지를 며칠 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군사적 행동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이날 유럽1 라디오에서 "프랑스의 입장은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과 여기에는 군사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된다는 점"이라며 "며칠 안에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선택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면서 "거론되지 않는 선택은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독일 총리실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이 확인되면 국제사회의 군사적 대응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아랍 국가들의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선다.

아랍권 22개 국가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오는 27일 이집트 카이로의 본부에서 시리아 사태를 다루는 대표자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아흐메드 벤 헬리 사무차장이 밝혔다.

벤 헬리 사무차장은 "화학무기로 수백명의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끔찍한 범죄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일부 중동 국가들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시리아 북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반군 지도자들이 최근 3일간 탄약 수백t과 약간의 소형 무기를 터키 국경을 통해 들여왔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서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군 고위 지휘관은 가디언에 "이번에 받은 무기 가운데에는 대공 미사일은 없으나 대전차 로켓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반군은 올해 들어 대규모로 무기를 공급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등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옹호하는 국가는 서구권의 개입 움직임에 유엔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유럽의 파트너들은 이런 종류의 외교가 아랍·이슬람권에 어떤 파멸을 불러올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며 "미국과 그 우방들은 시리아에 일방적으로 무력개입을 하는 도박을 피하고 신중함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