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29일 오후(현지시간) 시리아 제재 동의안을 전격 부결함에 따라 서방 동맹국들의 '시리아 응징'에 1차 제동이 걸렸다.

시리아 공격 계획을 주도하는 미국은 최대 우방인 영국이 사실상 발을 빼겠다는 선언에도 여전히 독자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국 외에 프랑스, 이스라엘 등 다른 동맹국들도 즉각적인 군사개입을 주저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는데다 미국 내에서도 군사개입을 재고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 미 정부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영국 의회의 시리아 제재동의안 부결을 미국 등 서방국이 시리아 공격을 준비하는 과정에 등장한 첫 암초로 보고 있다.

당초 미국이 주도하는 시리아 공격은 이르면 29일, 늦어도 이번 주 내에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리아와 주변 아랍국은 초비상 상태였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8일 "유엔 조사를 기다리자"며 제동을 걸고 나서고, 여기에 영국 의회마저 '비토'를 놓으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

시리아 정부의 우방인 러시아, 중국은 물론 벨기에, 브라질, 폴란드 등 유럽과 상당수 남미 국가들이 이미 군사개입 가능성에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이라크 전쟁의 혈맹인 영국의 불참은 미국의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실제로 영국의 지원 없이 시리아에 대한 독자 군사행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 국민이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 개입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영국 의회의 결정은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 외에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도 이전의 강경 어조에서 한발 물러서 즉각적인 군사개입에 주저하는 듯한 의견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동맹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시리아에 대한 강력한 응징의 칼을 빼든 미국으로서는 칼을 휘두를 수도, 다시 칼집에 넣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국은 일단 동맹국과 공조는 계속 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적인 군사행동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30일 마닐라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이 오바마 행정부의 목표"라면서 동맹국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29일 "영국 의회의 결정을 지켜봤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리아 공격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분수령은 유엔 조사단 조사결과가 나오는 내주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지난 18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해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30일까지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곧바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시리아 공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부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정권차원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고 자칫 시리아 내전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야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미군 전현직 관리들을 인터뷰해 "심지어 미군 내부에서도 공격 효과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2기 국방장관을 지낸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의 경우 시리아 공격은 모두가 패자가 되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일각에서는 공격 시기와 방법, 목표물 등 이미 너무 많은 정보가 언론에 노출돼 공격 효과가 반감된 데다 동맹국의 이탈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공격 약발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