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GDP 20% 차지…MS인수 호재될지는 아직 미지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리게 된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은 핀란드의 상징 같은 존재였는데 사세 급락으로 매각되는 굴욕을 겪게 됐다.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과 기술력에서 부동의 1위였지만 최근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지며 결국 미국의 소프트웨어 거인 MS에 핵심 사업을 넘기게 됐다.

노키아는 1865년 창업 때는 영세 제지공장이었지만 전기, 고무, 케이블, 이동통신 등으로 업종을 넓히다 1980년대 후반 깔끔한 디자인의 고급 휴대전화로 세계 상류층의 호응을 얻었다.

전성기인 1990년∼2000년 중반에 노키아 상표는 북미, 유럽, 인도 등지에서 휴대전화와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1998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판매량 1위에 올라 작년까지 정상 자리를 무려 14년이나 지켰다.

노키아는 애초 우수한 공교육과 증기탕 사우나 외에는 그리 알려진 것이 없던 소국 핀란드에 IT(정보기술) 대국이라는 명예도 안겨줬다. 2007년만 해도 노키아는 세계 5대 상표에 꼽힐 정도로 인지도가 막강했다.

거인의 몰락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개발 실패와 함께 찾아왔다. 2007년께부터 고급 단말기 OS로 개발하던 미고(MeeGo)의 상용화가 계속 미뤄지면서 애플 아이폰에 맞설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애플 아이폰 체제의 대항마로 꼽히던 구글 스마트폰 OS '안드로이드'의 도입도 거부하면서 노키아는 주류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히 밀리기 시작했다.

2009∼2010년 노키아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47%에서 38%로 떨어졌고 작년 1분기에는 삼성전자에 세계 휴대전화 판매율 1위까지 빼앗겼다.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했다. 2011년 4분기부터 작년3분기 사이의 누적 영업 적자만 47억6천400만 달러(5조2천300억원)다. 주가는 2007년 이래 90% 넘게 떨어졌다. 구조조정으로 올해 말까지 휴대전화 사업부에서만 1만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그나마 2011년 2월 MS와 협약을 맺고 모바일 윈도OS용 스마트폰인 '윈도폰'으로 주력상품을 바꾸면서 점차 회생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분석도 있다.

윈도폰인 '루미아'(Lumia) 제품군은 '최상의 윈도폰'이라는 호평을 받으면서 올해 2분기에만 740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성능이 떨어지는 심비안 OS를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이 아직 제품군에 많은 상태라 윈도폰 위주로 전력을 가다듬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MS는 3일 노키아 인수계획을 발표하면서 15억 유로(2조1천684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또 이번 인수로 OS·단말기 생산 역량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금세 회사가 상승세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실제 노키아처럼 작년 안드로이드 OS 개발사 구글에 인수된 휴대전화 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인수 이후 올해 3월에만 인력의 10% 이상이 감원되는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의 향방은 고국 핀란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부문은 노키아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알짜' 부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노키아의 매출액은 '국민기업' 명성답게 2011년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했다.

1998∼2007년 핀란드 수출액 중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분의 1이었다.

그래도 일단 핀란드 본사 직원 4천700명의 고용은 고스란히 승계되고 경영진이나 본사 위치 등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부문 매각 이후에도 고국에서 이통통신망 장비 판매, 지도 등 소프트웨어 공급, IT 관련 서비스 등 다른 사업은 계속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