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청와대와 정부는 작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 G7(주요7개국) 국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지만, 실제 '추월'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천755달러(작년 연평균 환율 기준 3천747만3천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3만2천115달러)보다 1.1% 감소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 소득 수준으로 G7 국가 중 하나라도 추월하려면 우선 이탈리아의 1인당 GNI를 웃돌아야 한다.

세계은행(WB)이 직전 3년간 평균 환율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의 경우 이탈리아의 1인당 GNI(3만4천530달러)가 한국(3만3천790달러)을 다소 앞섰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이탈리아 추월 가능성에 대해 "최근 이탈리아가 2020년 1인당 GNI를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 유로화 기준이라 우리가 오늘 발표한 달러화 기준 1인당 GNI와 직접 비교는 곤란하다"며 "국가 간 비교에는 같은 환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들이 비교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탈리아가 지난 1일 발표한 2020년 1인당 GNI는 2만7천839.8 유로다. 전년보다 7% 줄어든 것으로, 감소율이 우리나라(-1.1%)보다 높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코스)상 지난해 연평균 달러/유로 환율(1.14190달러)을 단순히 적용하면 3만1천790달러로 계산된다. 이날 발표된 한국의 3만1천755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어떤 국제기구가 비교 과정에서 어떤 환율을 적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탈리아를 앞섰다 아니다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어떤 근거로 이탈리아 추월을 예측했는지 묻자 "우리(한은)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환율 요인을 지나치게 작게 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추월 예측이 나온 올해초 당시 우리나라의 작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역성장 폭은 -1% 안팎으로, 이탈리아는 -9∼-8%로 추정됐다.

워낙 GDP 감소율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 역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지난해 유로화 강세(유로화 가치 절상)와 원화 약세(원화 가치 절하) 사이 격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지난해 원화는 달러화 대비 1.2% 절하(2019년 1달러당 1,165.65원→2020년 1,180.05원)된 반면 유로화는 2% 절상(1유로당 1.11960달러→1.14190달러)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