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감시활동과 이를 도와온 구글·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들의 '협력 관계'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났지만 이들 업체는 해당 내용을 부인하며 관련 손실이 상당하다고 주장해왔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IT업체들의 '엄살'과 달리 실제 타격은 미미하며, 오히려 암호화 기술 등 더욱 철저한 보안 장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스노든의 폭로로 주요 IT 업체들이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 등 NSA에 협조해온 정황이 드러나자 이들 업체는 폭로 내용 때문에 대내외 신뢰도에 타격을 입어 수백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해왔다.

구글은 NSA로부터 받은 데이터 요구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도록 해달라고 최근 정부에 요청하면서 정부의 불투명한 태도 때문에 "자사의 사업과 명성에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컴퓨팅업계 관련단체인 클라우드보안협회(CSA)는 스노든의 폭로와 관련한 업계 누적 손실액이 2016년까지 350억 달러(3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고,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이 손실액 규모를 최고 1천800억 달러(195조원)로 더 높게 잡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이용자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서버 컴퓨터로 정보처리를 하는 것으로, 스노든은 NSA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드라이브'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에 담긴 이용자 정보에 접근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손실 전망치 자체가 상당히 과장돼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CSA는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집단이 아니며 포레스터 리서치의 전망 역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단서'가 빠진 채 보도됐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 내에서도 폭로에 따른 타격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익명의 구글 관계자는 로이터에 '스노든 사태'와 관련해 눈에 띌만한 충격은 없다고 말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럽에서 진행한 사업 브리핑의 담당자도 스노든 폭로로 논쟁거리가 될만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한 스노든의 폭로가 나온 지 삼개월 이상이 지났는데도 미국 내 공개기업 가운데 단 한 곳도 공시 내용에 스노든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그의 폭로에 따라 사업상 손실이 발생했다면 공시를 통해 밝히는 것이 의무인 데도 그런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스노든의 폭로에도 IT기업들의 손실이 미미한 이유로 이용자들이 미국 업체를 대체할 서비스를 찾지 못하는 점,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기업이 유럽에 서버를 두고 보안을 강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목했다.

특히 암호화 기술을 다루는 기업들은 스노든의 폭로로 정보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일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암호화 기술 관련 업체들에 대한 수요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화와 텍스트 정보 보안을 다루는 암호화 기술 업체인 '사일런트 서클'은 스노든의 폭로가 나오기 시작한 6월 수익이 전달의 4배에 달했다.

오라클에 인수된 소프트웨어업체 '피플소프트'의 보안설계자 출신으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연구원으로 있는 로렌스 핀그리는 "이제 고객들은 정부가 가진 (데이터) 접근권의 종류가 무엇이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 데이터 저장소나 암호화 체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