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블랙베리가 그나마 경쟁사에 비해 강세를 보여온 인도네시아에서도 연신 헛발질을 해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때 '블랙베리 네이션'이라고 불릴 정도로 블랙베리 브랜드의 인기가 높았던 곳.

특히 월가 등 선진국 법인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강력한 보안기능의 이메일 대신 일반인들 사이에서 블랙베리 메신저(BBM)가 크게 인기를 끌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분기 39%에서 올해 2분기 21%로 낮아지는 등 최근 들어 경쟁사들에 빠르게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랙베리가 인도네시아 내 개인 고객들의 인기를 수익으로 빠르게 연결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스마트폰 가격이 하락하고 글로벌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애플처럼 고사향제품에 집중하든지, 삼성전자처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아 고객층을 넓혀야 하지만 블랙베리는 그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실제로 블랙베리는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한 후 1년6개월이 지난 2011년 11월이 돼서야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동시 출시국에 선정하고, 현지 대학들과 제휴를 맺고 수도 자카르타에 대표매장을 여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블랙베리의 경영진은 선진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한 것이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신흥시장에서 매출신장의 핵심요소로 꼽히는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지 못한 약점도 제대로 보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블랙베리는 올해 신제품 Z10을 출시하면서 부유층만을 겨냥해 750달러(약 80만5천원)에 내놓은 것.

현지 이동통신사업자인 인도셋의 최고전략책임자(CSO) 프라샨트 고카른은 "출시 당시 열광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이제 고객들이 블랙베리 중고폰을 구입해 다른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키란지트 카우르도 Z10 출시로 올해 2분기 인도네이시아나 인도 등 아시아에서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판매가 증가했지만 과거 제품의 판매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BBM이 여전히 강세지만 한국 네이버의 라인이나 카카오톡의 카카오, 왓츠앱, 위챗 등 다른 메신저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블랙베리가 최근 안드로이드판 BBM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블랙베리 스마트폰 판매저조가 더욱 심해졌다는 평가다.

블랙베리는 이에 더해 향후 현지 전략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블랙베리의 영화를 이끌었던 현지 이통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지 이통사 XL 액시아타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조이 와히우디는 "아마도 그들(블랙베리)은 자신들이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이 이곳에서 계속 사업을 할 것인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같은 블랙베리의 실수가 경쟁사인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