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전자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공정에서 벗어나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정교한 전자부품을 직접 설계ㆍ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전자부품 제조업체들의 이러한 `변신'은 전자부품의 세계 공급망을 지배하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의 경쟁업체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애플이 펴낸 전자부품 공급업체 목록과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에 배터리와 같은 전자부품을 공급한 중국 기업의 수는 2011년 8개에서 올해에는 16개로 두 배 증가했다.

니콜라스 바라트 CLSA 기술연구 부문 아시아지역 책임자는 "중국에는 부상하는 기업들이 정말로 많다"면서 이들 기업이 수년간 연구ㆍ개발 분야에 막대한 지출을 함으로써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외국의 기업들이 중국 본토에 공장을 세워놓고 중국 밖에서 개발한 기술을 들여와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산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로 첨단 전자부품을 직접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가치 사슬'의 윗 단계로 뛰어오른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산둥(山東)성에 본사를 둔 음향기기 업체 `거얼성쉐'(GoerTekㆍ歌爾聲學)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회사는 2011년만 해도 애플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신 모델 아이폰용 이어폰과 스피커, 아이패드용 스피커를 공급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재스민 루 애널리스트는 "거얼성쉐는 자체적으로 생산라인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경쟁사인 미국의 `놀즈' 보다 단축했다"고 말했다.

광둥(廣東)성 선전시 소재 배터리 업체인 `더사이'(Desayㆍ德賽)와 `신왕다'(Sunwoda·欣旺達)도 신 모델인 아이폰 5S와 5C 모델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하며 애플의 새로운 부품 공급업체로 떠올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애플이 생산 비용을 줄이고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부품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는 전략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애플이 신 모델인 아이폰 5S 조립의 상당 부분을 최대의 부품 공급 협력업체인 대만의 팍스콘 대신에 팍스콘의 라이벌 업체인 대만의 페가트론측에 맡긴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현지기업인 레노보 등에 밀리는 애플은 아이폰 5C 등 신제품의 1차 출시국에 중국을 포함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