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키츠'(APM)라는 실리콘 밸리의 조그만 업체가 서버용 칩 분야에서 인텔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업체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의 필요에 알맞은 에너지 절약형 서버 칩을 개발해 왔으며, 머지않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 지역의 유력 일간지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인텔이 칩 전쟁에서 새로운 라이벌, 새로운 전쟁터를 맞이하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이런 소식을 전했다.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마이크로는 3년 전부터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방식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절전형 칩 'X-진'(X-Gene)을 개발해 왔다.

절전형 서버 칩이 주목을 받는 것은 정보기술(IT)업계의 변화에 따라 데이터 처리와 전달 양상이 큰 변화를 겪으면서 '서버 효율화'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용량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버용 칩이 무조건 최고로 꼽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웹 기반 서버로부터 정보 접근이 이뤄지는 클라우드 모델이 늘면서 고객 각각을 위해 소용량 계산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됐다.

이런 경우에는 연산 능력이 뒤지더라도 전력 소모가 적은 칩을 사용하면 서버 운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야후,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 방식에 절전형 칩이 어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9년에 창립된 어플라이드마이크로는 오랫동안 데이터 저장장치, 라우터, 무선 기지국 등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어 왔으나, 파라메시 고피 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이듬해인 2010년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키로 결정하고 클라우드 서버용 칩 개발에 나섰다.

임직원 649명, 연매출 1억9천500만 달러에 불과한 어플라이드마이크로가 인텔의 아성을 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인텔은 임직원 10만5천명, 연간 매출 580억 달러로 규모도 압도적으로 큰데다가, 서버용 칩 시장 점유율은 90%가 훨씬 넘는다.

게다가 어플라이드마이크로가 인텔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서버용 칩 시장에 도전하는 유일한 업체인 것도 아니다.

이 회사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RM 홀딩스'의 설계를 기반으로 서버 칩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점은 삼성전자, AMD, 엔비디아, 캐비엄 등 다른 많은 업체들과 마찬가지다.

다만 일부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마이크로의 신제품 'X-진'은 표준적인 ARM 설계도보다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특징들을 지니고 있어서 인텔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꼽힌다고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전했다.

투자자문회사 레이먼드 제임스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 핸스 모지즈만은 "어플라이드(마이크로)는 (인텔에) 주목할만한 위협"이라며 인텔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HP가 앞으로 어플라이드마이크로 칩을 탑재한 서버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텔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경쟁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들이 쉽게 (우리를 추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텔 칩이 더 우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HP가 어플라이드마이크로 칩을 채택할 것'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