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삼성전자 및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과 구글은 지난달 잇따라 EU 집행위원회에 새로운 타협안을 제시했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27일 "오랜 논의 끝에 삼성이 EU의 우려를 해결할 일련의 개선책을 공식 제출했다"며 몇 주 후에 시장 관계자들이 삼성이 내놓은 시정 방안에 대한 평가(마켓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9일 구글이 새로운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알무니아 위원은 1일 유럽의회에 출석해 구글의 새 타협안에 의미 있는 양보가 들어 있으며 따라서 이번 사건 조사가 종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무니아 위원은 구글의 새 제안에 대한 시장의 테스트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조사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내년 봄에 공식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당국이 삼성 및 구글의 타협안 제시 사실을 밝히면서 이들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림에 따라 양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합의종결'(Commitment)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EU 관측통들이 전망했다.

EU의 반독점 조사 처리 방식은 '금지종결'(Prohibition)과 합의종결로 구분된다. 금지종결은 과거의 반독점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가 필요할 경우 '금지 명령'과 함께 벌금이 부과된다. 반독점법 위반시 해당 기업은 연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합의종결은 조사 대상 업체가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마켓테스트를 통해 타협안이 수용될 경우 벌금 부과 없이 조사를 종결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시정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9년 반독점법 위반 사건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모든 윈도 제품에 소비자들이 다른 브라우저도 선택할 수 있도록 BCS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지난 3월 EU 경쟁당국으로부터 5억6천100만 유로(약 7천9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알무니아 위원은 합의종결 방식이 반독점 위반을 해결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히면서 조사 대상 기업들에 대해 성의 있는 시정방안 제시와 성실한 약속 이행을 주문했다.

EU 위원회는 삼성이 자사 특허권을 남용해 유럽 각지에서 애플의 영업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이 지난해 스마트폰의 필수표준특허(SEPs) 침해를 들어 유럽 각국 법원에 애플 제품의 판매 금지를 요청한 것이 반독점 규제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것이다.

EU는 아직 삼성의 타협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판매금지 명령 청구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이 들어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구글의 타협안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 경쟁업체의 로고가 나타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상당한 양보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7월 제출한 구글의 타협안을 "충분하지 않다"며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어 수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