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1위 이동통신업체 로저스 와이어리스가 블랙베리의 신제품 스마트폰 'Z30'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캐나다의 자랑이었던 블랙베리가 자국의 대표 통신사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피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작고 현금 흐름에도 문제가 생기리라는 전망까지 겹쳐 블랙베리는 '탈출구가 없는' 암울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저스 와이어리스는 블랙베리가 새로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인 'Z30'을 고객들에게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저스는 언론매체에 배포한 성명에서 "우리가 함께 일하는 기기 제조사들은 매년 많은 수의 기기를 출시한다. 우리는 우리 고객의 필요에 입각해 어떤 기기를 취급할지 선택하며, 이 모델(블랙베리 Z30)을 취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몇 개월 전에 내려졌다"고 해명했다.

로저스는 볼드 9900, Z10, Q10, Q5 등 다른 블랙베리 모델을 취급하고 있어 이를 통해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저스는 또 과거에도 블랙베리 스톰과 9300을 취급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며 "우리는 항상 이런 식(일부 모델만 취급하는 방식)으로 해 왔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워털루에 본사를 둔 블랙베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경영진은 이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여러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한때 업무용 스마트폰 분야 1위 업체였으나 2007년 애플 아이폰 발매 이후 스마트폰 분야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블랙베리의 최대 주주인 페어팩스 파이낸셜 홀딩스는 지난달 하순 주당 9달러, 총액 47억 달러(5조 원)에 블랙베리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며 실사 작업에 들어갔으나, 그 후 블랙베리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4일 뉴욕 나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0.52% 떨어진 7.69 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최고점(148.13 달러, 2008년 6월)의 19분의 1이다.

블랙베리의 경영난이 획기적 변화없이 이어진다면 내년이나 내후년께 유동성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피에르 페라구는 "블랙베리가 현재 보유한 26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 중 20억 달러 가까이를 앞으로 1년 6개월 안에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유동성 위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4.50 달러로 잡았다.

페라구는 또 페어팩스의 블랙베리 인수가 실현될 개연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만약 이런 비관적 전망이 현실로 드러난다면 블랙베리는 자력갱생은커녕 외부 도움조차 기대하기 어려워져 그야말로 존망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