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어떤 공식 화폐로도 바꿀 수 있는 은행 자동화기기(ATM)가 처음으로 29일(현지시간)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에 등장했다.

미국 제조사 로보코인이 만든 이 비트코인 ATM은 현지 인기있는 커피숍 내에 설치됐다. 여느 현금 ATM기와 유사한 모양이지만 캐나다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이 ATM이 등장한 첫날 이를 이용하려는 손님들이 기계 앞에 줄을 섰으며 이들은 이후 스마트폰을 이용해 커피숍에서 커피와 머핀을 샀다.

고객은 인터넷뱅킹 때 사용하는 핀넘버와 같은 기능을 하는 개인 키를 사용해 ATM에서 자신의 비트코인 계좌로 접속해 비트코인과 동등한 금액의 현금을 빼내거나 현금 지폐를 예금한다.

그러면 ATM은 그 돈을 인터넷으로 이체하고, 이후 고객은 자신의 비트코인을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인터넷 쇼핑할 때 돈을 이체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법이다. 현재 1 비트코인은 200 달러로 거래된다.

돈세탁 등 사기를 막기 위해 하루 거래한도는 1천 달러로 제한된다.

이날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트코인으로 2 캐나다달러 짜리 커피 한잔을 산 데이비드 로위 씨는 "밴쿠버는 인터넷 기업가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에 세계 첫 비트코인 ATM을 설치할 만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2008년 '나카모도 사토시'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가상화폐다. 정식 화폐로 인정받지 않기 때문에 아직 전 세계 어떤 정부로부터도 규제를 받고 있지 않는데, 이같은 이유로 마약거래에 사용되면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이 세계 최초로 올초 비트코인을 '개인 통화'로 규정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또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달 초 대형 헤지펀드사인 포트레스 인베스트먼트그룹의 한 투자 전문가가 비트코인이 은행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에서는 저렴한 이체비용으로 송금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해 많은 투자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현재 밴쿠버에서 비트코인은 커피숍부터 조경회사에 이르기까지 15개 정도의 현지 기업에서 통용되고 있다.

밴쿠버뿐만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으로 이용지역이 확대되고 있고 워드프레스 같은 온라인기업에서도 채택하고 있다.

이 ATM의 공동소유주이자 몇년 전부터 비트코인을 취급한 사업가 미첼 데미터는 이 ATM이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ATM이라고 밝혔다.

데미터는 "비트코인은 다른 화폐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상에서 통용되는 화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