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다선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여야 대치 정국에서 야당 원로들을 만났다. 경색된 정국을 푸는 데 원로들의 지혜를 모아보겠다는 차원에서다.

7선의 서 의원은 22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민주당 정세균 정대철 이부영 상임고문과 문희상 원혜영 박지원 유인태 김진표 의원을 만나 오찬을 함께하면서 정국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오찬에서는 주로 민주당이 요구해온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특검 도입 문제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활동 등이 화제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이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친박(친박근혜) 원로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야당 간, 여야 지도부 간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아달라는 민주당 원로들의 주문도 이어졌다.

민주당 원로들은 "옛날엔 야당이 공격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여당이 야당을 너무 공격한다. 김한길 대표에게 길을 열어 달라"면서 여권의 대야 공세 수위를 낮추는 데 서 의원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지혜를 많이 달라. 겨울도 닥치는 데 어렵지 않으냐"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과 자주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눈 것을 가지고 가서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이어 "정국이 잘 풀리면 나중에 여러분을 모셔서 (박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도록 (당 지도부에)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원로들은 여당이 특검을 수용하도록 도와달라고 청했지만 서 의원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서 의원은 "과거에도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한 일이 없다"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특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회동 말미에 "연말이 가기 전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자. 다음 달 한번 정기회를 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서 의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앞서 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경색 정국 해법과 관련해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길도 바로 길인 것을…"이라는 시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길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대화하면 길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정 고문도 "의미심장하다"면서 "(여야가) 잘 안 만나고 대화도 좀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꾸 만나고 대화하다 보면 접점도 찾게 되지 않겠느냐"고 화답했다.

회동에서 민주당 원로들은 박 대통령의 외교 활동에 대해 "대통령이 외교를 잘 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공개 회동을 놓고 차기 국회의장 후보 또는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서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최근 정 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 야당 원로와 중진들을 잇달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최다선으로서 여야를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서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일컫는 '상도동계'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의 '동교동계'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들과도 '민주화 동지'로서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편이다.

여권 내에서는 서 의원이 과거 신한국당 원내총무 시절처럼 대야 협상력을 발휘해 야당의 정치 공세 수위를 어느 정도 낮추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야당도 특임장관 폐지로 청와대와의 공식 창구가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서 의원이 야권의 목소리를 박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전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