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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 시간 : 2008년 12월 22일 (월) 14:1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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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은 매년 말이면 ‘송(망)년회’와 더불어 가장 많이 회자된다. 인생 새옹지마, ‘일(事)’도 많고 ‘탈(難)’도 많은 건 2008년도 매한가지였다.
무자년(戊子年) 2008년을 보내는 소회는 남과 다르지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불황이 ‘제 2의 IMF’를 예고하는 새, ‘미네르바’는 새벽을 날았다. 어둠이 오기 전, 이미 더 큰 어둠을 경험한 한 해였다고나 할까.
한해 말미, 국회는 ‘의사(議事)’없이 폭력만 난무하며 본색을 발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소통’하지 않는 건 여당도 마찬가지. 밀어붙여 상정만 하면 된다는 식, 야당만 무력하다.
‘MB정권’ 출범과 동시에 ‘촛불’이 터졌다. 당연, ‘촛불정국’이 ‘혼자 뽑아본 올 10대 뉴스’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귀를 열어달라는 민의는 물대포와 최루탄, 매질에 동강 났다. 소통을 요구했더니, 화통하게 ‘탄압’으로 답했다. 유모차를 몬 애기 엄마의 절규만 상처로 남았다. 미국산 쇠고기는 마트 인기상품이 된 지 오래다. ‘먹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대통령 발언에 분노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난 아예, 쇠고기 끊었다.
‘숭례문 화재’는 버금가는 2위였다. 채 MB정권이 출범하기도 전, 숭례문이 전소했다. 지금도 앙상한 모습, 그쪽은 지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 많다. 미안하고, 민망하고, 노여워서….
혹자는 불행한 역사의 전조(前兆)라고도 했다. 침몰하는 배엔 쥐가 없다는 짝이었다. 국보 제1호. 1396년(태조 5) 창건, 1448년(세종 30) 개축된 ‘성상 600여년’이 한 순간 재가 됐다.
‘경기침체’가 3위다. 이미 IMF로 한번 단련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혹독한 한 해였다. 주가대폭락은 물론, 펀드도 1/3토막 났다. 수년을 일해 모은 몇천에서 80%가 빠졌다며 사색이 된 지인이 적지 않다.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라고는 하지만, 미친년 널뛰는 환율은 강만수 장관도 설명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경제 내성이 고작 이 정도냐 하는 자괴감이 국가 우울증을 낳을 정도.
‘최진실 사망’은 4위로 셈했다. 연예인 혹은 댓글 희생자로서 ‘최진실’은 올 한 해 화두가 됐다. 조성민과 ‘환희’ 등을 남겨두고, 이른바 ‘최진실법’으로 사회는 양분됐다. ‘사이버 모욕죄’를 야당 반대에도 불구, 문 걸어 잠근 채 상정하려는 여당을 보면, 최진실은 ‘도용 당한’ 느낌. 촛불시위로 촉발된 인터넷 항거가 못내 눈엣가시였으리란 추측이다. 이후 청와대와 여당은 애꿎은 인터넷 역기능만 다잡았다.
‘김연아’가 5위다. 박태환도 있고, 원더걸스도 있고, 박지성도 있고, 최경주도 있지만, 단연 김연아가 이들을 대표한다. 국민 여동생 자리를 문근영에서 뺏어오고, 스케이트장을 날았다. 표독스런 표정 연기는 아이스링크를 벗어나는 순간, 무구한 웃음이 된다. 박세리가 골프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었듯, 피겨는 김연아 덕에 인기스포츠가 됐다. 언제나 파이팅, 내년엔 정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은 6위에 뒀다. 방송과 통신 부처의 ‘융복합’이라는 전대미문(!)의 실험은 그러나 일단 기대 이하다. ‘방송’도 없고, ‘통신’은 아예 없다. IPTV 하나에 매달리는 방통위 성과는 안쓰러울 정도. 방송은 ‘장악’하고, 통신은 내치는 꼴. 정부는 아니라지만, 재벌들•조중동, 방송할 생각으로 표정관리 급급할 터.
‘이명박 정부 출범’이 7위다. ‘좌파 10년 종식’을 앞세웠지만, 너무 서투르고 성급한 일처리가 점수를 잃었다. 앞만 보고 질주하니, 주변 챙길 여력이 없다. 정치도, 방송/통신도, 경제도, 교육도, 사회. 남북관계도 일단 우향우. 맘 안 내켜 속아낸 자리, 온갖 이식은 후안무치 그대로. 경제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소임을 다할 지 우려만 더하는 현실 속, 독단이 무서워 소통도 원하지 못하겠다.
‘개인정보 유출’은 8위. 유독 올해, 옥션•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GS칼텍스•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대량 정보유출로 고객 피해를 안겼다. 특히 옥션과 GS칼텍스의 직접 희생자로서 나 개인도 불유쾌한 한 해가 됐다. 중국 어딘가 포털에 내 이름과 주민번호, 계좌번호가 떠있을 걸 생각하니, 오싹하다. 어디 ‘유출’이 그뿐이랴마는.
남의 나라 얘기지만, ‘오바마의 ‘벼락’ 당선’도 10위 안에 뒀다. 9위. 다수의 예상이 현실이 되는 나라, 미국 얘기다. 흑인이 될까, 했는데 정말 대통령이 됐다. 인수위 시절, 링컨식 포용 정치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얘기다. IT로 금융위기를 정면돌파 하겠다고 했다니, ‘IT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누군가와 또 비교 된다. 함 따져볼까, ‘IT코리아’가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 이유?
‘월간 모바일타임스 휴간’을 순위 끝자리에 놓았다. 1993년 ‘셀룰러’로 창간된 15년차 이 모바일 전문지는 통권 200호 직후 재정 악화를 못 견디고, 그만 휴간을 선언했다.. 3개월 숨고르기에도 불구, 회생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 청춘을 바친 젊은 기자들은 40 전후로 뿔뿔이 흩어졌다. 치열했던 이력은 거두고, 재야에 침잠하는 하 시절이다. ‘겁없던’ 절정이 아쉬울 뿐. 꽃도 지고, 잎도 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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