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사업시행자(SPC)에 대해 무분별하게 채무보증을 서는 바람에 5조원 가량의 빚부담을 안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이 예산 범위를 초과한 보증이어서 채무보증 상환이 현실화될 경우 지자체 재정에 심각한 위기가 예상된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지자체 채무보증사업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4월 기준으로 31개 지자체와 5개 지방공기업이 추진한 총 39개 사업에서 발생한 우발채무가 4조9천332억원에 달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전체 사업비의 53.9%에 달하는 것으로, 이 중 22개 지자체와 3개 지방공기업은 그 해 예산보다 20%가 초과된 금액에 대해 채무보증을 섰다.

지자체의 채무보증은 과정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칠곡군은 지난해 11월 왜관3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SPC에 총 사업비의 70.5%에 달하는 1천270억원의 대출 보증을 서주면서 제곱미터(㎡)당 19만원인 조성원가를 24만원으로 잘못 책정했다.

뿐만 아니라 보증 조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사업단지 분양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칠곡군이 SPC 대출금에 대한 상환 의무를 모두 떠안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또 광주광역시를 포함한 12개 지자체는 진곡사업단지를 포함해 13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지방의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고 전체 사업비의 64.4%인 1조3천553억원 어치의 보증을 섰다.

이 밖에 2010년 영광군에서는 대마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군이 900억원을 채무 보증한 한 SPC의 대표이사가 2009년부터 2년여에 걸쳐 사업자금 89억원을 무단 인출하는 범죄 행위까지 발생했다.

이런 채무는 모두 해당 SPC가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면 지자체가 상환 부담을 떠안을 위험이 있는 우발채무다.

감사원은 "지자체에서 민간의 사업비 전액을 채무보증을 해서 사업위험을 부담했을 때는 재정사업에 준하는 관리를 하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그러나 안전행정부는 그간 민간개발사업이라는 이유로 재정 투·융자 심사 같은 관리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어 "보증채무가 현실화하면 지자체에 재정위기가 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안행부 장관에게 지자체별 채무보증 한도액 설정을 포함해 우발채무 관리 방안을 마련토록 권고하고, 지자체가 전액 채무보증하는 사업을 재정사업에 준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만들도록 통보했다.

이와 함께 문제가 발생한 지자체에 대해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재정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대표이사의 횡령을 포함해 범죄행위가 발생한 SPC의 대표에 대해서는 검찰에 직접 고발 조치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