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보안 취약점 지적을 무시했다가 고객 460만 명의 정보가 해킹당하는 수모를 겪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냅챗'이 이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반성이나 사과의 뜻은 전혀 밝히지 않고 오히려 보안 취약점을 지적한 보안업체를 탓하는 '적반하장식' 자세를 보여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 전국방송사 NBC는 3일(현지시간) 토크쇼 '투데이'에 에번 스피겔(23) 스냅챗 CEO와의 단독 인터뷰를 방송했다.

인터뷰에서 스피겔 CEO는 진행자 카슨 데일리에게 "기술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해킹을 당할 수 있으며, 이 점 때문에 법집행 당국과 내부·외부의 보안 전문가 집단과 정말, 정말 열심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보안 취약점이 거듭 지적됐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나름대로 변명을 했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는 "그 당시에는 우리가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이렇게 빨리 변하는 사업에서, 뒤를 돌아보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멸하는 길"이라고 변명했다.

보안 취약점을 고치는 일을 '뒤를 돌아보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스냅챗이 지난 2일 회사 블로그를 통해 밝힌 공식 입장도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냅챗은 깁슨 시큐리티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의 취약점을 공개 문건으로 지적했다며 "이 때문에 개인들이 우리 서비스를 남용하고 우리 이용 약관을 위반하는 일이 쉬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즉 '보안 업체가 취약점을 공개적으로 상세히 지적한 탓에 스냅챗이 해킹을 당했다'는 식의 논리를 편 것이다.

깁슨 시큐리티는 이에 앞서 작년 8월에도 문제가 된 기능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으나 스냅챗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냅챗은 또 블로그에서 "전화번호와 사용자 ID만 유출됐으며 스냅(메시지) 내용 등 다른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화번호와 ID가 유출된 것은 별로 심각한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스냅챗과 스피겔의 이런 대응에 대해 미국 언론매체들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과를 해도 마땅치 않을 판에 오히려 오만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주간지 포천의 선임편집자 댄 프리맥은 인터넷판에 실은 칼럼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개판'(mess)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스냅챗 CEO 에번 스피겔이 잘리든지(be fired), 아니면 이에 대해 사과하지 말라고 스피겔에게 조언한 사람이 있다면 스피겔이 그 사람을 자르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냅챗이 해킹을 당한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이에 대한 대응을 보면 더욱 걱정이 커진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C넷은 아예 '당신의 스냅챗 계정을 삭제하는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최근 스냅챗에서 데이터 유출이 일어난 후 일부 사람들에게는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