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전 헌법재판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자문위원장이 공수처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실적'을 주문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조직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그간 인력 부족 등 물리적 한계 탓에 수사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해 왔다.

5일 안 위원장은 이에 대해 "증원을 위해선 공정한 수사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작지만 하나하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실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창호 공수처 자문위원장.

다만 그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최대 9년으로 한정한 법 조항이 우수 인력의 유입을 막고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안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2대 자문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 이미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가 공수처라는 제도를 들여왔으니 긍정적인 면이 극대화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검찰이 연수원 동기이거나 같이 일한 판·검사를 수사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공수처가 수사하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자문위 회의에서 공수처에 '실력'과 '강한 의지'를 주문했다.

▲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수사 영역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실력이 필요하다. 또 공수처 수사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라는 특성상 태생적으로 외압이 셀 수밖에 없다. 그런 외압을 이겨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 그간 공수처는 '황제 조사', '통신 사찰' 논란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 더 신중했어야 했다. 인권 의식이 부족했던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수처도 논란 이후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

-- 공수처는 수사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정원 제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공수처는 공보, 국회 대응 등의 업무에도 검사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검사 25명(공수처법상 정원)은 적긴 적다. 다만 증원을 위해선 공정한 수사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작지만 하나하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실적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급만 축내는 기관이 된다. 헌재도 처음에는 얼마 안 가 없어질 기관으로 여겨졌지만, 문제 있는 법률에 하나씩 위헌 결정을 해가며 국민 신뢰를 쌓았다. 공수처도 국민만 바라보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공수처는 수사 보안을 위해 독립청사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 맞는 얘기다. 다만 그 이전에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나오지 않아야 하고, 국민이 원하는 수사 결과물을 내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 누구라도 (독립청사 마련을) 수긍할 수 있다.

--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고쳐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 검사 임기제(임기 3년. 3회에 한해 연임 가능)부터 바꿔야 한다. 신분 보장이 너무 안 된다. 직업공무원 제도에도 맞지 않는 조문이다. 이것부터 고쳐 평생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우수 인력이 올 수 있다. 처·차장의 임기도 3년으로 제한돼 있다. 임기가 짧기 때문에 정치적인 사람이 임명될 수 있다. 그래서 공수처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수사 우선권을 명시한 공수처법 24조1항 폐지를 추진한다.

▲ 조문을 완전히 없애는 게 타당한가 의문을 품게 된다. 경찰, 검찰, 공수처 세 군데서 다 수사하면 한 사람이 때에 따라 세 번 털리게 된다. 이 조항을 없애면 국민 인권 측면, 수사 효율성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검수완박'이 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데 오히려 정치에 크게 휩쓸릴 수 있다. 공수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수사체계를 위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국민이 손해 보는 것이다.

--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국민이 결정하기 전까지 기관으로서 존재하는 한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해야 한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상호 보완하고 견제하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정의 구현을 위해 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 '검수완박'에 대한 생각은.

▲ 하나의 수사 체계를 몇 달, 며칠 생각해서 (변경)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 공청회를 거치고 신중해야 한다. 머지않아 국민에 피해가 온다. 조폭, 마약, 경제사범 수사 등 검찰이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부분이 있다. 검찰 제도가 잘못된 것을 손대는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수사권을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 (검수완박 입법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