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부채로 국가 부도의 위기에 처한 나라라면 부동산을 포함, 국유 재산의 민영화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11일(현지시간)자 최신호에서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9조 달러(약 9천540조원) 세일'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 당시의 민영화 추세와는 다른 흐름이 최근 주목된다고 말했다.

당시 민영화 대상으로 토지 매각 시도는 환경 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으나 지난해 이뤄진 영국의 국영 우정 사업기관인 '로열 메일'의 매각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이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영화에 앞서 정부의 정확한 분석과 평가가 선행돼야 하며 민영화를 결정했다면 민간 전문경영인이 대상을 감정하고 평가하도록 해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리스처럼 정부 재산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시장 가격은 어떠한지 알지 못한 채 혼란을 겪는다는 것.

경기 침체기에 헐값에 팔지 않도록 매각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그간 민영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이탈리아는 시장 혼란이 어느 정도 가신 지금이야말로 민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강조했다.

또 과거의 민영화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강력한 규제 없이 이뤄진 영국의 철도와 전기사업 매각은 내부자들만 살찌웠고, 결국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개발도상국의 통신이나 은행 등 민영화도 영국의 철도·전기 민영화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

그러나 민영화는 정부 부채를 삭감하고, 국가 신용도를 높이는 한편 민간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경제 전반에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다.

대처와 레이건 시대의 민영화가 교통, 통신, 전기 분야에 집중했다면 현재 21세기의 민영화 대상은 건물과 토지, 자원 등이 될 것이며 그 효과는 막대할 것이라고 닷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