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의 탈세 근절을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추진돼 온 국제적인 탈세 추방 노력이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IT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탈세 규제책 추진에 맞서 최근 로비그룹을 결성해 다국적 기업을 옹호하는 의견서를 OECD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같은 다국적 IT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 이코노미 그룹(DEG)은 의견서를 통해 다국적 기업들이 탈세를 위해 첨단 기법을 활용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은 세금 누락 문제는 복잡한 기업구조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현상이라며 "다국적 기업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경영상의 필요성 때문이지 법적 규제나 세금 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글로벌 IT기업만을 겨냥한 국제 세제 개편이 이뤄져서는 안 되며 이런 시도는 관련 기업의 혁신 노력만 저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의견서는 "모든 기업은 국제 조세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효율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했다는 이유로 변경된 규정을 적용받아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세무법인 베이커 앤드 매켄지 소속 변호인 3명 이름으로 작성된 의견서는 DEG에 대해 소프트웨어와 소셜네트워킹, 전자상거래 분야 기업들로 구성된 비공식적 연합체라고 소개하면서 개별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아마존과 애플 등 실리콘밸리 대표기업을 로비그룹의 일원으로 지목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확인을 거부했다.

아마존과 구글 등 다국적 IT 기업들은 지난해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수익이전 방법으로 막대한 세금을 회피해 온 사실이 드러나 국제 사회의 탈세 근절책 논의를 촉발했다.

G8 및 G20 정상들은 지난해 개인과 기업의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국가별 조세정보를 교환하고, 조세 회피 목적의 기업수익 이전 행위를 차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