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종원 논설위원(남서울대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 통신부문실천계획에서 TV 난시청지역 해소와 1988년 서울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위성확보가 제기되었다. 그리고 1987년 11월에 국내 통신방송위성의 독자보유가 제13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발표되었다.

1990년 3월에는 우리 국민의 염원인 우리나라 최초 정지궤도 위성 명칭을 공모해 ‘무궁화 ’ 위성으로 정하였다. ‘무궁화’ 위성이 영문으로는 KOREASAT이다.

1995년 8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무궁화 1호 위성이 발사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2번째 상용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위성의 운용은 통신사업자인 KT이었지만, 위성제작은 미국의 록히드마틴 이었다.

KT는 1995년 무궁화 1호를 발사한 이래 2호, 3호, 5호, 6호를 차례로 발사하여 2003년부터 무궁화 위성의 총 가용률은 97%를 보여줄 만큼 활성화되어 KT 나름대로 위성사업이 잘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KT에 큰 문제가 있음이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유승희 의원에 의해 드러나게 되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은 KTsat(이하 KT샛)이 2011년에 무궁화 3호 위성을 홍콩소재 위성회사 ABS(Asia Broadcasting Satellite)에 5억3천만 원에 매각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9년 9월에 발사된 무궁화 3호 위성은 무궁화 1호를 대체하는 위성으로 설계수명이 12년이다. 무궁화 3호 위성은 무궁화 1호 및 2호 위성과는 별개로 4개의 구동안테나가 탑재되어 지상명령을 통해 원하는 위치로 서비스지역을 바꿔 한반도 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도 중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첨단 통신방송위성이다.

이렇듯 무궁화 3호 위성의 운용 수명이 2016년경 임에도 불구하고 KT는 무궁화 3호 위성의 대체 위성으로 무궁화 6호 위성을 2010년 12월에 발사하여 현재 운용하고 있다. 기능적으로 보면 무궁화 6호 위성이 동경 116도 적도상공에서 운용되고 있으므로 무궁화 3호위성의 역할이 절감된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ABS는 무궁화 3호 위성의 운용 수명도 충분하고 통신방송서비스를 아프가니스탄 및 중앙아시아지역에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무궁화 3호 위성을 구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KT는 2009년에 무궁화 2호를 ABS에 매각한 경험이 있어 매각에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 이다.

정부는 2009년에는 무궁화 2호 매각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정부는 KT샛에 “전략물자인 무궁화 3호를 대외무역법에 따른 적법한 수출허가를 받지 않고 매각한 것은 강행법규 위반이므로 무효라며 무궁화 3호에 할당된 주파수를 회수하고, 무궁화 3호를 매각 이전 상태로 되돌릴 것”을 지시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KT샛이 무궁화 3호 위성을 5억 3천만 원에 매각한 것도 문제 이지만 정부의 자산인 궤도 및 주파수를 ABS가 사용 하도록 허가한 것 이다.
KT샛은 ABS에 무궁화 3호를 다시 팔 것을 요구했지만 ABS는 KT샛의 입장을 악용해 매입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 했던가.
무궁화호 3호 위성 매각은 2011년 MB정부 때의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지속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무궁화 3호 위성의 매각 상황을 악화시킨 데는 정부의 직무유기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째 되었든 KT샛이 무궁화3호 위성매각으로 국회로부터, 정부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부와 KT샛이 잘못했다고 한다.

무궁화 3호 매각의 책임과 후속조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문제로 우리나라 위성 사업이 실족하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왜냐하면 KT샛이 민간 기업으로 우리나라의 유일한 통신방송위성 사업자지만, 무궁화 위성은 실시간으로 국내외에 통신방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고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국민의 위성이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우리나라 위성 사업을 창조경제의 한축으로 국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는 중요하다.

첫째는 위성궤도, 주파수, 위성글로벌마켓, 대형첨단통신위성 등 우주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우주자원을 얼마나 확보 하느냐 하는 것이 국가의 장래 우주산업 성장을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2개 궤도(동경 113도 및 116도)에 단 2기의 통신방송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이웃 중국은 국제 등록 궤도 75개, 일본은 국제 등록 궤도가 47개이다. 심지어 말레이시아는 국제 등록 궤도를 17개 확보하여 위성 사업을 하고 있다.

둘째는 무궁화 위성의 글로벌 진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위성 사업이 ‘95년 무궁화 1호 발사 이후 국내 위성시장은 정체되어 있다. 반면에 글로벌 위성시장은 매년 10%에 이르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홍콩의 아시아샛은 최근 5년 매출 성장률이 83%이다. KT가 아시아샛, 타이콤, 판암샛 등 글로벌 위성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KT샛을 독립전문기업으로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 아닐까?

셋째는 정부가 위성관련 전파법, 전기통신사업법, 우주개발 진흥법 등 국내 법/제도/관행을 고쳐 무궁화 3호와 같은 불법 위성매각이 다시는 재연될 수 없도록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어제의 사람, 오늘의 사람, 그리고 내일의 사람이다. 어제의 사람은 현재 상황을 직시할 능력이 없이 항상 과거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오늘의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할 능력 없이 현재 생활이 매우 바쁜 사람을 말한다. 내일의 사람은 현재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면서 긍정적 자세와 결단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이다.

비록 우리가 현재에 살고 있지만 과거의 영화만을 생각하는 어제의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지금부터 2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사람의 유형이 세 가지로 분류되듯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KT는 어제의 기업인가? 과연 우리나라는 미래의 나라인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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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미) 유타주립대학교 물리학박사(Ph. D)
。미항공우국(NASA) 선임연구원 역임
。한국과학재단 우주전문위원 역임
。World DMB Forum 부회장 역임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