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월 24일 긴 머리에 양복과 나비 넥타이를 갖춰 입은 당시 29세의 스티브 잡스는 네모난 가방을 열고 위아래로 길쭉한 흰 기기를 꺼내 선보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미국 애플사(社)에서 처음 '매킨토시' 개인용컴퓨터(PC)를 내놓을 때의 모습이다.

23일 PC매거진과 새너제이머큐리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매킨토시가 쓰기 편한 PC라는 IT업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때 개척된 개념이 발전해 지금의 스마트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사용자 중심의 'PC 쓰는 방식' 개척 =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의 화살표 모양 '커서'를 움직이고, 화면에 나타난 작은 그림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는 방법은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라는 이름의 이 사용법이 연구소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PC에 처음 적용된 것은 30년 전 매킨토시였다.

당시 PC를 사용하려면 검은색 화면에 푸른색이나 녹색으로 표시되는 영문자 명령어들을 키보드로 입력해야 했다.

GUI는 물론 애플의 순수 창작물이 아니지만, 흔히 '맥'(Mac)으로 불리는 매킨토시의 판매를 계기로 컴퓨터를 이렇게 쓸 수도 있음을 사람들이 알게 됐다고 IT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컴퓨터역사박물관의 대그 스파이서 수석큐레이터는 매킨토시의 GUI 적용이 "(전문가가 아닌) 나머지 모두에게" 더 쉬운 컴퓨터 사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화면의 한쪽 가장자리에 길게 명령어 모음을 배치하고, 마우스 커서로 가리키면 각 명령어에 따른 세부 기능이 나타나는 형식의 '드롭다운 메뉴' 기능 또한 매킨토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당시 1만 달러 안팎이던 PC 가격을 2천500 달러 가량로 크게 낮춘 점도 PC 보급에 기여한 점으로 꼽힌다.

매킨토시의 '하이퍼카드'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컴퓨터를 계산이나 제어만이 아닌 지식의 확장이나 창의성 발현의 도구로 쓸 수 있다는 개념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IT 제품을 사용하는 게 '멋있게' 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타났고, 이후 애플은 그런 시각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IT산업의 양강체제, 그리고 '베끼기 논란'의 시초 =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같이 어떤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쓰는지에 따라 거의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IT 전문가들은 이런 업계의 구도가 30년 전 '매킨토시'의 출시를 계기로 시작됐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이 매킨토시를 선보인 지 1년 뒤인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최초의 '윈도'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MS의 'MS-DOS' 운영체제와 인텔사(社)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해 어느 회사에서든 만들어 팔게 됐던 PC의 발전이 매킨토시 출시를 전후로 한 시점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는 MS에서 '윈도'를 내놓자 '매킨토시를 베꼈다'며 즉각 반발했다.

다른 IT기업에서 애플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의혹과 그로 인한 논란은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잡스 전 CEO의 상징이었던 신제품 출시 '깜짝 쇼' 또한 30년 전 매킨토시를 내놓을 당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불의 전차' 주제음악을 배경으로 매킨토시 PC가 가동되기 시작하도록 발표회를 구성한 점이 대표적이다.

애플이 1984년이라는 출시 연도를 활용해 경쟁 관계의 대기업 IBM을 '빅 브러더'처럼 보이려고 TV 광고를 만들고, 거금을 들여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광고에 내보내 큰 관심을 끈 점도 일찍부터 나타난 애플의 '마케팅 감각'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