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확정된 추징금이 꾸준히 쌓여 30조원을 넘어섰지만 추징 집행률은 매년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추징이 확정된 범죄수익은 모두 31조2천억원이다. 2017년 26조5천억원에서 5년 사이 4조7천억원이 더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검찰이 받아 낸 추징금은 매년 1천억원대로, 전체 대상 금액 중 1%에도 못 미친다.

검찰은 추징금 상당액이 '징벌적 추징금'이라 집행률이 낮다고 진단한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추징금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2006년 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게 17조9천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는데, 그가 2019년 사망할 때까지 납부한 건 892억원(약 0.5%)에 불과하다. 미납 추징금이 소멸하지는 않았지만 징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우 분식회계와 관련한 미집행액은 총 22조9천465억원에 이른다.

2019년에는 '부산 금괴 밀수' 사건 일당 때문에 '미제 추징금'이 더 늘었다. 검찰이 이들에게서 받아내야 할 돈은 2조6천860억원이다.

최근 법원이 6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직원과 공범인 동생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총 647억원 추징을 명령했지만, 이 역시 회수할 길이 막막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집행이 쉽지 않은 사건들이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추징 이전 단계인 몰수는 매년 수백억원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몰수금액은 2017년 286억원에서 2020년 233억원 등 해마다 200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54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8월까지 약 142억원의 집행 대상 전액을 국고에 넣었다.

몰수 대상 중에는 가상화폐도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인천·부산지검 등이 몰수형 확정 후 보관중인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3.7개 등 3억여원어치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현금화하지 않았다.

대검은 "가상화폐의 종류와 거래소 선정 등 매각 방식이 다양하고, 가상화폐 가치의 유동성이 매우 커서 검찰청마다 몰수 집행 시기를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원지검이 2018년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에게서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비트코인 191개는 당초 2억7천만원 상당이었지만, 3년이 지난 작년 현금화 때는 122억원어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