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며 국내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안전운임제도를 개선해 물류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제2차 무역산업포럼에서 "세계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20년 2.9%로 하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시장 점유율이 0.1%포인트(p) 낮아지면 취업 인원은 13만9천명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41만6천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수출 경쟁력 약화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안전운임제 도입에 따른 수출기업의 운송비 부담 가중을 꼽았다.

정 부회장은 "안전운임제에 따르면 계약당사자인 운송사·차주가 아닌 화주가 물건 운송을 부탁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하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안전운임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3년 일몰제여서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화물연대의 반대에 부딪혀 일단 연장 시행하기로 합의된 바 있다.

무역협회의 올해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원자재 가격 상승(25.4%)이었고 물류비 상승(18.0%)이 두 번째였다.

김병유 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은 "무역협회 수출입물류 종합대응센터에는 화물 적체로 인한 비용 증가 등 물류 관련 애로가 2020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천220건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비 비중은 2018년 기준 9.4%로 미국(9.1%)과 일본(7.9%)에 비해 높다"며 "기업의 매출 대비 물류비 비중은 2018년(6.5%)까지 하락하다가 2020년 7.1%로 다시 상승했으며 지난해 물류 대란으로 비중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안전운임제가 2020년부터 시행되면서 수출기업의 최근 3년간 컨테이너 내륙 운송 운임이 25∼42%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의 물류비에서 도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1.8%에 달하는 점, 물류 분야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린 점 등도 물류 경쟁력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무역협회는 안전운임제 일몰 후 새로운 제도 도입과 물류 시설 노동유연성 확보, 물류 분야 디지털전환 지원, 기업 물류 현황 정례 조사 실시 등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