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 16일 오전, 500여명에 가까운 승객이 탑승한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우선, 아직 사고 수습 중이고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지만, 누군가에게 원인과 책임을 묻기 이전에 신속하게 생존자를 구조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탑승객 숫자뿐만 아니라, 구조된 사람과 실종된 사람의 숫자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함과 미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번 여야 핵심 인물들이 사건 현장을 방문했지만, 그들의 방문이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제 더 이상 사고가 일어난 뒤 ‘세월호 법안’ ‘단원고 법안’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에 팽배한 안전불감증과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불과 얼마 전 경주리조트에서 한 대학교의 신입생들이 당한 참사의 아픔이 지워지기도 전에 또 한 번 많은 학생들이 희생당했고, 정작 그들을 지켜줘야 할 어른들은 ‘여전히’ 침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 한 번, 사건·사고를 대하는 일부 국민들의 상식 이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여나 생존 소식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을 상대로 보낸 ‘생존 확인 장난 문자’를 유포하는 것과 희생자와 실종자를 비하하고 우롱하는 댓글을 다는 행위이다.

대다수 국민이 진심으로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해 함께 울고 애도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일부 네티즌들의 그러한 행동은 희생자와 실종자의 가족들이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언론 역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언론 중재법 1장 제4조(언론의 사회적 책임 등)에는 ‘언론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여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는 항목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들은 생존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질문들을 던지기도 했고, 세월호가 어떤 보험을 들었으며 피해보상은 얼마나 받을 것인지를 보도했고, 한 통신사가 긴급 구호품을 제공했다며 그 회사 광고 카피를 장난처럼 기사에 내거는 행위를 보였다.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발이 되어야 할 언론의 이러한 비상식적이며 비윤리적인 보도는 이런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되어 왔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어릴 적부터 배워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회 윤리는 단지 대학 입시와 좋은 회사를 들어가기 위한 영어와 수학에 밀려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시대에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근본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