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잇따른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끝에 정홍원 총리가 유임되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본격 추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간사에 검사 출신인 장윤석 박민식 의원을 각각 임명하고, 새정치민주연합과도 공식적인 협상에 곧 착수키로 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일부 후보자의 논문표절, 재산형성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앞으로 보름 동안 이어질 9명의 국정원장 및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몇몇은 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른바 '신상털기' 식 검증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재의 청문회 제도가 그대로 갈 경우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면서 "정당 입장을 떠나 국가라는 큰 틀 속에서 협의할 수 있도록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특임장관에 지명돼 청문회를 받았던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의혹 제기만 해놓고 해명 기회는 주지 않는 것 때문에 모멸감과 억울함을 느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야당도 곧 여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제점 개선에 임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지는 말아야 한다"면서 "야당이 후보자들의 과거 흠집을 들춰내고 망신주기에 앞서 먼저 스스로 되돌아 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후보자들이 자녀 이중국적, 국민연금 미납과 같은 의혹을 받았지만 결국 임명됐던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 제도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야당의 반대가 워낙 강해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개선책을 마련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처리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면서 "청문회 부작용에 수긍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추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즉, 제도를 개선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 청문회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공세의 예봉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이른바 '군불때기'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