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상징성을 가진 4선 의원 출신인 천정배(60) 전 법무부장관이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출마함으로써 광산을 선거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지역 정서상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당선' 공식이 성립하는 만큼 천 전 장관은 일단 새정치연합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광산을 보선 후보로 응모한 6명 중 일부를 컷오프하고 선호투표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천 전 장관을 포함한 4명가량이 컷오프를 통과해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천 전 장관으로선 경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부 '비토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5∼18대까지 수도권에서 내리 4선을 하고 최근까지 서울 송파을지역위원장을 맡았던 천 전 장관이 광주로 지역구를 옮기는 데 반대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동철(3선), 강기정(3선), 임내현(초선) 국회의원과 전·현직 광주 광산구의원 20명은 사실상 천 전 장관의 광산을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중진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 쉬운 광주를 택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논거에서다.

이들이 천 전 장관의 광주 입성을 반대하는 데에는 당내 역학관계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천 전 장관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호남정치 개혁'과 '2017년 정권교체'를 화두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천 전 장관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호남정치가 낡은 계파와 패거리, 패권주의로 고인 물속의 수초처럼 어지럽게 뒤엉켜 병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며 "이대론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불통으로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박근혜 정권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전 장관은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바로잡는 정치, 새로운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호남의 자존심을 지키고, 광산구민과 광주시민 나아가 호남민들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남 신안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 시절, 개혁 트로이카로 불렸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의 선두주자로서 '정풍운동(당 쇄신운동)'을 주도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천 전 장관.

그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법안과 사학법 개정안, 언론개혁법안, 과거사 진상규명법안 등 4개 개혁법안 처리에 실패한 데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도 했었다.

천 전 장관은 18대 국회 당시 두 차례에 걸친 의원직 사퇴 선언 기간에 받을 수 있었던 세비 1억2천300만원을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가진 천 전 장관이 야권의 텃밭인 광주에서 어떤 성적표를 낼지, 이번 주말께 열리는 경선이 최대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인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정치전략연구원장은 30일 "DJ 정신 계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속적인 개혁과 수권정당 면모를 갖춰가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자 광주에 출사표를 던진 듯하다"며 "외부인사, 중진 기득권에 대한 지역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호남 대표성을 갖는 정치인으로 돌파해 갈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