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박형주 수학원리응용센터장이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구 수학원리응용센터에서 수학 대중화 프로그램 '이매지너리'를 시연하고 있다. 센터는 이매지너리가 우리나라에 선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주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장(포스텍 교수)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한국 수학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박 위원장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자 공식 기자회견에 동석해 한국 수학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같이 짚었다.

그는 "한국이 국제수학연맹(IMU)에 가입한 1981년만 해도 한 해 발표된 논문 수가 3편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천편 이상으로 세계 11위권까지 올라섰다"며 "하지만 질적으로 그만큼 성장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논문 수보다는 세계 수학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가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수학의 문제점으로 할 수 있는 것, 쉬운 것만 하려는 안일한 연구 풍토를 꼽았다. 직장도 잡아야 하고 소속기관에서 승진도 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 탓에 당장 실적이 나는 연구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를 '만만한 연구를 격려하는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내 수학자들의 눈높이가 한 단계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내놓는 성과에 용기를 얻어 수준 높은 연구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인재가 나왔으면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제는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국내 수학도 질적으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