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의 조건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한 편의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의 연기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메이킹 스토리에서는 기상캐스터, 정통 배우, 액션 배우, 개그우먼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던 조연 배우 4인방을 만났다. 인터뷰에는 김노경 감독이 동행했다.

연기자로서의 첫 도전, 기상캐스터 배수연

이번 영화에서 ‘순심’ 역할을 맡은 배수연은 MBC에서 오랫동안 기상캐스터로 활동해왔다. 또한, MC와 리포터로 다양한 방송 활동을 했다.

“그동안 계속 방송을 해왔지만, 제 속에 쌓여있는 무언가를 표출 할 기회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인생을 연기하면서 마음속에서 말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방송인과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분명 다른 분야이다. 그녀는 방송인으로서 얼마든지 연기를 할 기회가 있었지만, 첫 작품을 찍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방송인의 색을 빼고 배우로서 보다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저를 보며 순탄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사실 그동안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특히 주변에 알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과 실망으로 많은 상처를 받기도 했죠. 물론 그 일들로 인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더 넓어졌습니다."

연기에 대한 갈망과 준비, 그리고 시련과 경험. 그러한 것들이 쌓여 그녀로 하여금 ‘f단조 소나타’를 첫 작품으로 선택하도록 이끌었다.

“이번 영화는 주로 밤에 촬영하는 것이 많아 동 틀 때까지 촬영을 한 적이 많았어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함께 한 배우들이 잘 이끌어주고, 촬영장 분위기가 참 좋아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부산이라 사투리를 해야 했는데, 마침 제 고향이 부산이라 부담이 덜 했어요.”

영화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 물었던 ‘과연 배우의 길이 나와 맞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모든 촬영이 끝난 후 명확해졌다. 앞으로 계속 이 길을 가고 싶다는 것, 그리고 배우로서 겪게 될 시련을 얼마든지 견디리라는 각오였다. 그녀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그 출발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늦음의 간격만큼 쌓인 경험을 좋은 연기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도전, 배우 송승용

송승용은 1988년 KBS 논픽션 드라마 ‘녹두와 술래잡기’를 시작으로 벌써 연기경력 27년 차의 중견 배우다. 아역배우 때부터 오랜 시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그는 이번 f단조 소나타에서 중요한 악역인 보안과 형사 ‘상만’을 연기했다. 자신과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이 하나둘 유명해졌지만,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그저 겉도는 연기를 할 뿐 진정한 연기를 하지 못했죠.”

성인이 된 후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회의를 느낀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자신을 점검하고 연기에 대해 각성한 뒤 ‘진짜’ 배우로 조금씩 거듭났다. 물론 그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랫동안 연기자 생활을 했는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한다면 언젠가 제 이름을 알아줄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역할을 맡아 미친듯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배우 송승용.

“배우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르든 늦든 그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다만 늦게 온 사람에게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는 시야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카타르시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대기만성, 그리고 집념. 이것이 그의 키워드 아닐까? 어쩌면 그가 말하는 그 ‘때’가 곧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