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으로 가계가 올해 2분기에도 지갑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2분기 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29조6천억원으로 전분기의 25조3천억원보다 4조3천억원 증가했다.

자금잉여는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운용한 돈에서 빌린 돈(차입금)을 뺀 것으로 여유자금 규모를 뜻한다. 자금잉여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쓰지 않고 쌓아뒀다는 의미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지난해 4분기(17조6천670억원)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가계가 빌린 돈은 2분기 15조5천억원으로 전분기(3조3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예금이 17조7천억원에서 22조5천억원으로 증가하고 보험 및 연금이 18조원에서 21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소비하지 않고 쌓은 자금 규모가 차입금보다 컸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통상 1분기에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 지출을 많이 하게 되는 가계가 2분기에는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전반적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된 점도 가계 잉여자금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비금융법인)은 설비투자를 확대해 자금부족 규모가 전분기 6조4천억원에서 2분기 7조3천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기업이 투자를 활발히 한 결과라기보다는 6월 말 결산을 앞두고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자산·부채를 동시에 축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자금조달은 전분기 47조9천억원에서 23조1천억원으로, 자금운용은 41조4천억원에서 16조원으로 각각 줄었다.

정부는 2분기 중 차입금을 일부 상환해 자금부족 규모가 전분기 8조원에서 7조3천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한 탓에 지난해 말 15조원의 자금잉여 상태에서 올해 1분기 8조원의 자금부족으로 바뀐 바 있다.

올해 2분기 말 현재 가계·기업·정부의 금융부채는 총 4천244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보다 48조1천억원 증가한 것이다.

금융자산이 5조9천52억8천억원으로 77조3천억원 증가한 덕에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1천708조5천억원으로 29조2천억원 늘었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1천484조4천억원으로 35조8천억원 늘어난 반면, 정부(476조5천억원)는 11조1천억원 감소했다. 기업의 순금융부채는 252조4천억원으로 4조6천억원 줄었다.

이번 자금순환 통계는 새 국민계정체제(2008 SNA)에 맞춰 개편된 새 기준에 따른 것으로, 과거 시계열이 2012년까지만 제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