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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안 싸우겠다”던 KT와 SKT
박영주 기자  |  yjpak@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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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 시간 : 2009년 06월 15일 (월) 19: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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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불현듯, 해가 바뀐 것 아닌가 싶어 연락을 서둘렀다. 휴대폰 메모리를 뒤져 전화를 걸었을 때, ‘불통不通’이 장기화된 지인이면 그렇듯 ‘바뀐 번호 안내’가 여지없다. ‘011’은 어김없이 ‘010’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것저것 안부를 묻다 친구한테서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이통사 경쟁이 치열하냐?”는 친구는 ‘공짜폰’을 소개받아 번호가 바뀐 이야기를 묻지 않았는데도 술술 해줬다. 지인의 권유로 온 가족이 전화기를 바꿨다는 얘기며, 인터넷도 함께 바꿨더니 값이 크게 내렸더라는 얘기까지 결론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 이통사 직원의 ‘의무 할당’ 얘기까지 나왔다. 신차가 나오면, ‘임원진 각 몇 대’식 강제 할당처럼, ‘통합KT’ 출범 전후, 유사 조치의 일환 아니겠느냐는 게 친구의 판단이었다. 가입한 사람 생각이니, 물적 증거를 들이대지 않는 한, 그런가보다 하는 심사뿐이다.

누군가의 ‘금언’으로 기억한다.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옥조가 식언이 돼버린 지 오래다. 경쟁 자체, 아름다울 수 없다는 진리는 특히 때로 금도를 넘어서는 이통사간 경쟁에서 더욱 그렇다. 신세기통신 출현, PCS 본격경쟁, 번호이동 도입, 3G 출시 등등 이통 이력에서 경쟁과열은 일반사였다. 과징금 따위, 늘 경쟁 끝 달콤한 결과물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통합KT가 출범한 지난 1일을 앞뒤로 진흙탕 싸움이 못내 아쉬운 것은 ‘더욱 작아지겠다’는 통합KT나 ‘서비스 질을 둔 경쟁’을 확약한 SKT 양사 수장의 굳은 약속이 헛말이 된 탓이다.

특히 KT 이석채 회장은 통합KT 출범 당일, 간담회를 통해 “KT는 앞으로도 과열경쟁을 하지 않겠다”며, 통신업계 맏형으로서의 경영 자세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KT와 KTF 합병이 과열경쟁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단호하리만치 ‘정도’를 주장해 온 터였다.

SKT 정만원 대표도 이 회장을 거들었다. “단순 점유율 경쟁을 지양하고, 컨버전스 등 질적 경쟁을 본격화하겠다”고 통합KT 출범에 즈음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5대양 6대주에서 경쟁하자”는 통 큰 제안이 나온 것도 이 즈음이었다.

뜻하지 않게 지난 주는 양사 광고를 둘러싼 설전이 불꽃 튀었다. ‘광고는 은유’라지만, 이를 직유로 받아들인 탓이기도 하다. 왱왱거리는 파리형 인간이나, 뚝 떨어져 박살나는 집, 경쟁사를 권유하는 고객센터 여직원 등, 30초짜리 미학은 그만, 법적 분쟁의 대상으로 추락했다.

헤게모니를 누가 쥐느냐는 물론, 경쟁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어쩌면 그것이 경쟁의 모든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상투를 잡아채고,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식 육박전은 누구의 어떤 결과물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직전 칼럼에서 ‘안 싸웠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불과 한 달이 채 안돼 거대 통신사업자 수장들의 약속은 허언이 됐다. ‘선제적 대응’이라느니, ‘수성’이라느니 여전히 현란한 수식어만 난무한다. 지키지 못할 말 차라리 하지나 말지, 휘두르는 방패만큼, 어리석은 약조約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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