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취임 100일만에 주요 공약을 폐기 또는 축소해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재정 부담 가중, 지역민 반발, 투자 대비 실효성 미흡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애초부터 득표를 위해 무리한 약속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시종 충북도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등이 주요 공약을 폐기하거나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3개 공약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계획이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큰 관심을 모은 '보육교사 수당(처우개선비) 인상'의 경우 도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2016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남 지사는 6.4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보육교사 공무원화'를 공약하자 '보육교사 수당 인상'으로 맞서며 당장 내년부터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50만원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남북관계 특수성과 지역 간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쌍둥이 개성공단 조성', 'DMZ생물권보전권역 지정' 등 2개 공약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공약 306건 가운데 8.8%에 해당하는 27건을 폐기하기로 했다.

폐기된 공약 가운데는 이 지사가 후보 시절에 강조한 대표 공약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 지사는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약속했다가 당선 후 400억∼500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라 폐기하기로 했다.

또 공공산후조리원 및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지원 '1004행복프로젝트', 스포츠 산업단지 조성, 11개 시·군의 WHO(세계보건기구) 국제안전도시 지정 추진 등은 투자에 비해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공약에서 제외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 기종을 트램(노면전철)으로 변경한다고 공약했다가 "자기부상열차로 결정한 전임 시장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이후 대전시는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전제로 충청권광역철도 예비타탕성조사(예타) 심사를 받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선거공약 자체를 폐기하지는 않았으나 선거공보 및 공약집을 통해 시민에게 제시한 공약 109건 가운데 15건의 사업 내용·제목을 변경할 예정이다.

특히 광역교통체계 혁신과 관련,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을 약속했다가 현황을 검토한 뒤 광역버스 운영으로 수정할 방침이다. 택시 분야의 연료다변화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공약 내용을 재검토 중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올해 연말에 시행하는 고입 선발고사 폐지를 내세웠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올해 공청회를 연 후 내년 3월 안에 전형위원회를 거쳐 선발고사 폐지를 공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폐기한 공약은 없지만 혁신학교의 경우 올해 10개교 정도를 지정하려 했으나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것을 검토하는 등 공약의 추진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약 폐기·축소·변경 등을 두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유권자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자치단체장은 선거 때 공약으로 평가받고 표를 얻은 것인데 유권자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저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앞으로 선거 때 쏟아내는 후보들의 공약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문제로 시민을 기만한 건 벌써 3번째"라며 "물리적으로 고가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서 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대전시 전체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는 "이달 중순까지 광역자치단체장의 공약을 검토해 필요성이 없는 것과 추진할 사항 등을 정리해 권고할 예정"이라며 "공약을 폐기하는 단체장들의 꼼수 행태를 막을 수 있는 규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