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ITU 전권회의를 이끈 민원기 의장은 이번 전권회의에 대한 소감으로 모든 참가자들이 역대 전권회의뿐 아니라 ITU가 개최했던 회의 중 가장 잘 된 회의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4 ITU 전권회의를 이끈 민원기 의장은 7일 회의 폐막일을 앞두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세계 170여개국 정부대표단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ITU 5대 고위 선출직 중 하나인 표준화총국장 선거에서 이재섭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당선하고, 7회 연속 이사국으로 진출하는 한편 '사물인터넷(IoT) 촉진'과 '커넥트(Connect) 2020' 등 한국이 주도한 의제들이 본회의 결의로 채택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민 의장은 또 이번 ITU 전권회의 이후 전략에 대해 "우리가 제안한 것들을 구체화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ITU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기술(IT) 관련 국제기구에까지 우리나라 위상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IT산업에 대해서는 "중국은 앞으로 올 경쟁자가 아니라 이미 세계시장에서 미국, 한국, 일본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선두주자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쟁한다기보다 협력하는 것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민 의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전권회의에 대한 소감은.

▲ 모든 참가자들이 역대 전권회의뿐 아니라 ITU가 개최했던 회의 중 가장 잘 된 회의라고 한다. 첫째 이유는 물리적 환경이 너무 좋았고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한다.

개막식에서 한 미디어아트 같은 것은 ITU 150주년 행사에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둘째는 ITU가 가장 자랑하는 전통이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투표를 하지 않고 의견 합치를 이뤄가는 과정인데, 이번 회의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한 현안이 많아 어려운 회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든 정책 분야에서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가장 잘된 전권회의로 기록될 것 같다.

-- 우리나라의 7선 이사국 진출 의미는.

▲ 7선 이사국 진출에 대해 사람들은 이사국 수가 워낙 많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2표차로 2등을 했다.

이전에 2등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처음이다. 더욱이 3위 일본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이며, 아태지역에서 대표적인 ICT 분야의 리딩국가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이재섭 박사의 표준화총국장 당선에 대한 생각은.

▲ 역사적인 일이다. 특히 경쟁력 있는 후보를 이기고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표준화 분야는 다른 국제기구와 경쟁을 하며,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ITU의 위상이 달라진다.

한국이 IT산업, 특히 하드웨어(HW) 강국인데 그 나라에서 표준화충국장이 당선돼 ITU의 전체적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들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잘된 일이지만 ITU 표준화총국이 다시 한번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좋은 전기가 될 것이다.

-- 한국 주도 의제 모두 결의로 채택됐는데.

▲ ITU가 새롭고 민감한 일에는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는데, IOT와 IT융합 등 우리 제안이 모두 결의로 채택됐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젠다 세터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쿠바 등 여러나라가 민감하게 서로 입장을 달리 했던 분야에서도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는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쟁점이 된 현안을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이번 회의 성과를 뒷받침할 정부의 전략은.

▲ 포스트 ITU 전권회의 계획, 즉 이번에 우리가 제안한 것들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전권회의로 ITU에서 어느 정도 위상을 확립했지만 다른 IT 관련 국제기구에서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 기관장들과 얘기할 수 있게 됐고, 같이 일을 해보자는 얘기도 했다. 그런 부분까지 범위를 넓혀서 우리나라 위상을 높여나가는 방안도 얘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전권회의가 한국 기업의 높은 인지도를 (외국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되는 계기가 된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 중국계 사무총장 선출로 IT 분야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 자오허우린은 ITU에서 16년간 선출직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중국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자오라는 사람이 업무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중국의 IT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을 앞으로 올 경쟁자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이미 세계시장에서 미국, 한국, 일본 등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선두주자 중 하나로 봐야 한다.

그런 인식에서 중국과 경쟁한다기보다는 협력하는 것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중국 시장을 좀 더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외교 분야처럼 시장에서도 협력하는 방향으로 크게 보고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