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6일 하루 일정을 온전히 비운 채 다음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이뤄질 미국, 중국과의 개별 양자 정상회담 준비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9∼16일 열리는 22차 APEC 정상회의(중국 베이징), 제17차 아세안＋3 정상회의 및 제9차 동아시아정상회의(미얀마 네피도), G20 정상회의(호주 브리즈번)를 앞두고 각 다자회의별 현안과 일정 등을 챙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APEC 계기에 개최되는 한중 정상회담과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양국 현안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 기간 주최국 정상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한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우리의 대북구상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을 우회압박하는 전략인 셈이다.

아울러 한중 양국이 6일부터 협상 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FTA 핵심쟁점 일괄타결을 위한 제14차 협상에 나선 만큼 FTA 협상이 원만히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정상회담에서 한중FTA 타결이 선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은 일정상 G20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전작권 전환 연기 이후 한반도 안보상황, 북핵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북 공조, 제2차 고위급 접촉 무산에 따른 남북관계 현안, 북한 인권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악화된 한일 관계를 감안하면 이번 다자회의 기간에도 성사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APEC 기간에 비공식적인 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는 APEC 개최국인 중국의 시 주석이 외교적 관례 차원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를 만나는 것일 뿐이라며 중일 정상간 만남에 큰 외교적 의미를 두지 않는 기류다.

아울러 최근 정치권에서 설익은 `반기문 대망론'이 제기된 가운데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계획에 없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청와대가 정치권의 이러저러한 차기주자 논의에 대해 엄격하게 선을 긋고 있는데다 반 총장측도 "(대망론은)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반박한 만큼 두 사람간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정치적 의미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회의장의 참석자로서 조우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따로 찾아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