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에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최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경제정책을 쏟아내며 주목받았다.

취임 6개월을 하루 앞둔 15일 전임 경제수장과 전문가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최 부총리의 노력을 대체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취임 일성으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밝힌 최 부총리는 취임 6개월 동안 20여개에 가까운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놨다.

취임 직후에는 둔화하던 경기 회복을 위해 41조원+α, 확장적 거시정책,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단기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덕분에 취임 이후 한동안 증시와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았다.

단기 부양에 치중하면서 유망 서비스업 육성 방안,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상가권리금 보호 등 성장 잠재력과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대책들도 제시했다.

발상의 전환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에 악재인 엔저를 설비투자 확충의 기회로 활용하는 대책을 제시했고 기업의 돈이 가계로 이전되도록 하는 소득 증대 정책을 발표해 몇몇 진보 경제학자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정책을 전파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얻는 모습도 보여줬다.

성남 새벽인력시장, 인천 남동산업단지, 천안 남산중앙시장, 대전 사이언스대적 어린이집 등 취임 직후부터 현장을 찾았고 올해도 첫날 인천항을 찾는 등 현장을 누비고 있다.

취임 6개월을 하루 앞둔 15일에는 부산을 찾아갔다.

최 부총리는 "현장에 가면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호응도를 알 수 있다"면서 "현장에 가야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알리고 현장의 쓴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는 경제 활력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경제 제칠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핵심 부문의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으로 30년의 성장을 이끌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윤철, 진념, 강봉균, 김진표 등 역대 정부의 경제 사령탑들도 각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최 부총리의 큰 정책 방향과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부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 침체로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대외여건에도 난관이 많아 올해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 내놓은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지만, 주요 경제연구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수치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한때 2,100포인트 가까이로 치솟았던 코스피는 15일 현재 1,900을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저물가도 심각해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연속 1%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상승하는데 그쳤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41조원 이상에 달하는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을 했는데도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세제가 투자의 범위를 너무 좁게 인정하고 있어 오히려 경기활성화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구조개혁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가 발표한 LTV·DTI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 전윤철 전 부총리는 "이제 부동산 정책을 앞세워서 경제를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다. 소비 둔화도 경기 흐름보다는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더 큰 만큼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도 이런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알지만 취임 직후에는 우리 경제 체력이 수술을 감당할 정도가 안됐다"면서 "이제는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만큼 경제활력보다는 구조개혁에 더 큰 비중을 둘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구조개혁에 대해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구조개혁의 핵심 4대 분야인 노동·금융·공공·교육은 하나하나가 당사자 간의 이해가 첨예한 분야다. 대타협 없이는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다.

정부는 오는 3월까지 노동시장 개혁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지만, 아직 당사자간 견해 차가 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모든 개혁에는 갈등이 따르는데 기득권층도 개혁해야 공공 부문 개혁에 대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핵심 분야에 집중해야 개혁을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핵심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부수적인 문제도 해결된다"며 "핵심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밀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구조개혁에서 수도권규제완화와 노동시장이 핵심"이라며 "구조개혁과 함께 거시 정책을 펼쳐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규제개혁은 당연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개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개혁 때문에 경제활성화를 등한시할 수도 없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원엔 환율 하락을 막아야 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기업투자 활성화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