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연말정산 보완책을 마련해 소급입법을 추진키로 한 것에 대해 별다른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21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소급입법을 포함한 세법 개정 사항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고유권한인 만큼 청와대가 이에 대해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득공제로의 전환 등 방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부작용을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보완대책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급적용은 여야가 잘 논의해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연말정산 논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민이 이해가 잘 되는게 중요하다"고 하고, 주요 관계자들도 이번 논란이 세금을 덜 내고 덜 받게 되는데 따른 일종의 '착시현상'에서 빚어진 일이지 서민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이날 집권여당이 전격 보완책을 내놓자 제동을 걸지 않은 것이다.

자칫 이번 '연말정산 세금폭탄' 파문이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의 우려에 청와대도 인식을 선회한 셈이다.

앞서 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의 흐름과 당의 입장 등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결국 청와대도 당의 보완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이날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청와대로서는 조직 및 인사개편과 부분 개각 등 문건유출 파동 후 인적쇄신을 통해 집권 3년차 새출발을 준비해놓은 가운데 연말정산 파문이 조기 수습되지 않는다면 정국 반전의 모멘텀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조기 수습하지 못한다면 자칫 조세저항 사태로 일이 커질 수 있고 그 경우 국정운영은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지난 2013년 세제개편안을 추진할 당시 조원동 경제수석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는 것이 세금을 걷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역풍을 맞고 개편안의 원점재검토가 이뤄졌던 일도 청와대 내부에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