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단임제로 큰일 못 한다”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말속에는 정치적 철학보다는 정치판을 들여다 본 인생선배로써의 충고다.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서 조금씩 토해내는 ‘정치9단’의 노하우 뒤에는 2017년 대선을 향한 길라잡이 제시로 보인다.

“대통령의 자리가 외롭다”는 JP의 박근혜 대통령 사랑은 뭇 정치인들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뜻이 숨겨져 있다.

한 박자 느리게 가는 템포 정치. 즉 말을 아끼면서 사태파악의 결론을 내리기까지, 이미 해결책을 모색해 두는 JP의 정치해법을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JP가 국무총리 시절 때 모 통신전문 언론사에 창립기념일 선물로 준 액자 속에 쓴 내용이 새삼스럽다. 내용인 즉, 일전만파(一電萬波)다. 그 다운 사자성어다.

십 수년이 훨씬 지난 과거에 이미 융-복합의 새로운 물결을 감지하고 예견했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부인을 하늘나라에 보낸 자리에서 정치권에 보낸 조용한 메시지는 그가 평생 몸담아온 정치권에 대한 분석이자 마치 ‘수학의 정석’을 다시금 일깨운 충고라 하겠다.

2인자가 1인자보다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바로 ‘대통령은 외롭다’는 JP의 훈수다.

정상을 지키기 위한 모습 뒤엔 고독하고 외롭다는 것을 여야 정치후배들에게 슬며시 타이른 말이다.

"정치를 잘 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다"고 말하는 JP의 말 속엔, 국민을 무섭게 알아야 한다는 속내가 깔려있다.

‘허업’ 표현 속엔 여야의 숱한 고내와 인내, 그리고 세월속에 뒤돌아 본 한국 정치판의 답을 조용히 기술한 표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