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한민국은 ‘휴대폰 강국’이다. 지난달 비슷한 시기 발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실적 발표는 절로이런 자신감을 유발케 한다. 이미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를 필두로,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 소니에릭슨은 ‘빅 5’ 구도를 가져간 지 오래다. 삼성전자는 노키아를 따라잡기 위한 2위로 자리매김했으며, LG전자와 소니에릭슨이 4위를 주거니 받거니 해왔다. 모토로라는 삼성에 자리를 내주고 3위에 고착화됐다.

지난해 말부터 LG전자의 휴대폰 실적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게 연내 모토로라를 제치고 3위 자리를 기약할 정도 후과를 봤다. ‘휴대폰 부문 분사’가 논의될 정도, 모토로라 입지가 흔들리는 게 역설적으로 모토로라 본토랄 수 있는 미국 내 LG전자의 선전 때문이란 분석도 있고 보면, LG의 최근 뒷심은 놀랍다.

올 1분기, 전세계 모두 2억 9500만대 휴대폰이 공급된 것으로 잠정집계된 가운데, LG전자는 2440만대로 2740만대를 공급한 모토로라에 약간 밀렸다. 그렇지만, 소니에릭슨(2230만대)을 뒤로 하고 무려 7분기 만에 4위를 탈환했다는 데서 LG로서도 의미 깊은 결과다. 2분기 2900만대 공급을 예상한다니, 하반기 ‘부활’을 기대하는 모토로라와의 박빙의 승부 또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노키아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물론 공급량으로야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노키아 영업이익률 따라잡기’만큼, 삼성전자 선방이 눈부시다.

삼성전자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2조 1500억원(본사기준, 전부문)에 달했다. 99일간의 특검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낸 ‘예상밖’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 놀라움도 적지 않다. 호기로운 어떤 이는 “특검만 없었더라면…”하고 실적을 아쉬워했다지만, 억지에 가까워 다소 생뚱맞긴 하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이러한 ‘선방’은 선진국의 수요 둔화, 신흥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에도 불구,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러한 요인들은 이후에도 지속될 환경들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자사 실적이 마케팅 비용 감소,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 외, 지속적인 글로벌 SCM 등 원가절감 노력 때문으로 분석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폰 판매가 늘고, 생산성이 높아진 탓에 휴대폰 사업 매출액 3조 1950억원, 영업이익 4442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매출 3조 원 돌파, 영업이익 4천억 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과 LG의 이번 휴대폰 실적으로 그나마 ‘IT코리아’ 위신은 세웠다는 평이다. 정보통신부가 공식 해체되고, 이를 쪼개 흡수한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는 ‘IT’없이 혼선만 빚고 있다. 여전히 ‘대운하’ 일색이라는 비아냥 속, ‘IT 홀대’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오죽하면 지식경제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는 SW정책들이 ‘생색내기’란 비판까지 받을까.

삼성전자는 2분기 프리미엄 전략모델 출시, 신흥시장용 전략모델 강화 등의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및 원가절감 등 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해 성장세를 유지키로 했다. LG전자 또한 신제품 출시 확대와 물량 증가로 두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없고, 기업만 있다. 그나마 휴대폰이 ‘IT코리아’ 명맥을 잇고 있는 현황 속, ‘휴대폰 이후’를 준비는 하고 있는지, ‘MB정권’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