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합의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협상에 진통을 겪자 향후 펼쳐질 시나리오를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이 3개월간 논의를 했지만 비정규직 사용기간 확대를 비롯해 저성과자 해고요건 완화, 근로조건 변경 절차 명확화(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대표들에게 최종 결단을 맡긴 상황이다.

대표자들이 청년실업 해소와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의 결단과 선택을 내려 이른 시일 내에 타협안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노동계로서는 논의사안 하나하나가 많은 근로자의 삶의 기초조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성을 내재하고 있어 좀처럼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원칙과 기본방향 합의에 대한 부담으로 합의 실패 이후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던 정부와 노사정위의 속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합의를 주도한 정부와 대통령직속 기구인 노사정위로서는 당초 정한 합의 시한이 지남에 따라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특별히 주문하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합의를 독려한 터라 최종적으로 합의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합의를 하려고 노동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여러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선 다급해진 정부와 기왕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라도 타협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노사의 이해가 맞물려 추상적이며 알맹이가 없는 선언 수준의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견이 크지 않은 3대 현안 위주로 먼저 합의하고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는 방식을 통해 단계적인 합의 로드맵을 다시 짜거나 논의 시한 자체를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는 다시 시한을 못박으면서까지 합의에 나설 이유가 정부만큼 많지 않다. 현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크게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사가 사회적 대화 결렬의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지면서까지 먼저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합의와 상관없이 작년 말 노사정 합의문을 근거로 당초의 계획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 있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 할 일은 다했는데 한국노총이 빠져나갔으니 논의내용을 토대로 입법화해도 절차와 사회적 정당성에 있어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입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사회적 합의 부재를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 있는 야당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회 입법화 절차보다는 정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