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등 불구경에 '비상상황'

한달도 남지않은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출마로 야권 분열 구도가 현실화된 가운데 동교동계마저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선거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러다가 4곳의 선거구 가운데 자칫 한 곳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이탈 움직임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출마를 선언한 서울 관악을 지역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은 친노계인 정태호 후보와 동교동계인 김희철 전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곳으로 정 후보는 0.6%포인트 차이로 김 전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대선 후보급이었던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와 맞대결을 펼쳐야하는 정태호 후보로서는 이 지역에서 민선 2·3기 구청장을 지내고 18대 국회의원까지 지내 탄탄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김 전 의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김 전 의원은 경쟁 후보인 정동영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이같은 행보는 동교동계의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 문 대표 등 친노계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동교동계 인사들은 재보선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도 '재보선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동교동계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호남 민심이 승패를 좌우할 관악을과 천 전 장관이 출사표를 던진 광주 서을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할 '키맨'은 동교동계 적자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다. 하지만 당 대표 경선에서 문 대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석패한 박 의원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문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재보선 지원을 부탁하기 위해 당 대표급 인사들을 초대한 원탁회의에도 대학 강의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탈당, 무소속으로 광주서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은 여론조사 1위에 올랐고 관악을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야권표를 잠식하며 문재인 대표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 3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연구팀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 지역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각각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34.4%)와 무소속 천정배 후보(28.7%)가 1위에 올랐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야권분열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후보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15.9%,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13.3%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나 야권이 서로 표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광주서을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앞섬으로써 '이변'을 예상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당 안팎으로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새정치연합은 서둘러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오는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동교동계 핵심 원로라고 할 수 있는 권노갑, 임채정, 김원기 전 고문과 함께 적극적인 재보선 선거 지원을 약속하며 당내 결속을 호소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이날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탈당해 출마하는 상황을 맞아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으고 단합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매주 화요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동교동계의 모임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앞질러 나가지 않길 바란다"며 일축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문 대표가 전화연락 등을 통해 박 의원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박 의원은 적절한 시점에 본인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협조해 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정 후보에 대한 김 전 의원의 협조와 관련해서도 "당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것은 없지만 (도와달라는 설득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경선 후유증을 얼마나 해소하느냐가 당 능력인데,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