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ETRI 김흥남 호가 살 수 있는 길은 타성을 버리고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지난 과거는 과거에 묻어두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철저한 전자통신 분야의 세계적 연구원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요즘 보직이동으로 인한 부서마다 밤샘작업에, 회의에, 대내외 행사 참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양새다. 늘 그랬듯이 본부장 바뀌면 실장 바뀌고, 실장 바뀌면 팀장 바뀌고, 담당도 바뀌고... 원장이 바뀔 때 마다 겪는 진풍경이다.

문제는 부서의 장이 바뀌면 업무는 공백 상태다. 전임자가 후임에게 확실한 인수인계를 해 주는 미덕(?)이 사라진지 오래다. 또 후임 또한 전임자 업무를 무조건 격하시키는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어디선가 흔히 보던 국회 모습이다.

“나 없이 해 봐라” 전임자 태도에 “ 너 없이도 굴러 간다”라는 후임자 사고에, ETRI는 병약해 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고집이 세다” 간혹 듣는 말이다. 좋게는 신념이 있다는 것이고, 나쁘게는 자가당착에 빠져 들 수 있다는 게다. 시대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데, ETRI는 아직도 먼 옛날 공기업 진상(?) 모습이면 안 된다.

CDMA 후광을 업어 그 많던 로열티 수익금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10년전만 해도 여유자금 천억원대 이상을 가지고 있었고, 매년 CDMA 로열티도 곡간에 수북하게 쌓인 줄 알았는데, 돈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ETRI는 그냥 굴러 간다 게 ETRI식 논리다.

그동안 전임 원장들이 원인이 뭔지, 그 많은 돈이 왜 없는지, 알려고도 밝히려고도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신임 김흥남 사단의 숙제다.

해외프로젝트는 돈 없어 못하고, 연구소기업에게 자금 지원은커녕 오히려 기술이전비용에 지분까지 챙겨가는 괴리감속에 ETRI에 대한 대내외 느낌은 좋을 리 없다.

타 정부산하 단체보다도 상대적으로 격이 격하된 조직 상황에서 신임 김흥남 사단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물려받은 업(?)이 솔 찮다. 이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언제부터인지 ETRI가 보직을 쫒는 직장으로 전락된 모습이다. 전문 연구원으로서의 프라이드가 아닌 자그마한 보직 싸움에 연연하는 연구원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내가 갈 자리인데... 나는 같은 줄인데...오래 있었으니까 무조건 자리 비워야 해...” 보직에 눈을 돌리다 보면 자연 남을 음해하게 되고, 무리수를 낳게 되는 법이다. 이 역시 변해야 할 숙제다.

사실 원장 바뀔 때 마다 ETRI도 마치 정부부처 입각 후 벌어지는 자리다툼과 다를 바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인사는 어느 곳이나 수장의 고유 권한이다. 잘 됐건, 못 됐건 두목이 지닌 인사권 이다. 간섭해서는 안 될 일이다.

허나, 전문가를 키우고 그곳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거듭나는 인사가 뒷받침 돼야 한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는다고 한다. 하지만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비전문가들만 구성된다면 문제다. 이 또한 ETRI가 3년마다 겪는 아픔이자 변해야 할 인사 숙제다.

연구원의 주인은 연구원이다. 원장도 연구원 이었고. 그래서 정부도 ETRI만큼은 낙하산 인사 없이 ETRI출신 연구원을 대상으로 원장을 선출 했던 게 아닌가. 이런 자긍심을 갖고 ETRI는 좀 더 과감한 변화에 칼을 들어야 한다.

학연, 지연, 배경, 심지어 어느 곳 출신까지 들쳐 내는 기존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모기업 TV광고 컨셉이 주는 교훈이 찐하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점심을 사면서, 나는 자장면 하면 한결 같이 부하직원도 자장면 먹을 줄 알았는데, 나는 탕수육, 팔보채 로 이어지는 반전의 CF는 ETRI가 변해야 할 신선한 자극이다.

할 말 하고, 할 일 찾아하고, 필요하면 달라하고, 하고 싶은 일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변해야 ETRI가 살 수 있는 현실이다.

■ 윤동승 주필 이력
-전 전자신문/뉴미디어 데스크
-전 일간공업신문 부국장
-전 전파신문 편집국장
-전 일간정보(IT Daily) 편집국장
-전 텔슨정보통신 상임고문
-전 인프라넷 부회장
-전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 고문
-전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 국가경제 고문
-전 중국 허베이성 경제수석(경제특보)
-현 Users Press 주필
-현 (주)파워콜 회장
-현 ETRI 초빙연구원
-현 (사)한국방송통신이용자보호원 수석부회장
-현 중 다롄시 ‘IT산업촉진발전공작위원회’ 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