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인선을 둘러싼 당 내홍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거취 문제 등에 밀려 존재감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27일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공식 출범한 혁신위는 5일로 출범 40일을 맞았다. 혁신위가 100일 정도의 활동을 목표로 당무혁신과 공천개혁 등에 착수한 것을 감안하면 3분의1가량이 지난 것이다.

혁신위는 지난달 12일 첫 회의에서 보름에 한 분야별로 하나씩 혁신안을 발표키로 했다. 이후 민심 이반이 일어나고 있는 광주에서 2박3일 워크숍을 가진 뒤 같은 달 23일 첫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기대에 못미치면서 당내외 반향은 크지 않았다.

또한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이 당내 친노·비노 간 갈등을 빚으며 당 혁신보다는 '갈등 봉합'이 어떻게 될지에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혁신위는 이와 관련 사무총장을 공천 관련 모든 기구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비노계에서는 당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사무총장이 공천을 위한 제반 실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지역실사 등 공천 실무작업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위한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워온 유 원내대표를 겨냥, "여당 원내사령탑도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국회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 등 국회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며 '거부권 정국'이 시작돼 주목도는 더 낮아졌다.

이와 함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쏠린 국민 눈길도 혁신위의 이슈 주도를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당 일각에서는 15일만에 하나 꼴인 혁신안 발표 주기가 당 안팎의 관심을 끌기엔 너무 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첫 발표된 혁신안에 사실상 새로운 내용이 없었고, 혁신위 또한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속도감 있는 혁신안 제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조국 서울대 교수가 제안한 4선 이상 의원 용퇴, 현역 의원 40% 교체 등일 텐데 여기까지 가기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6차례 혁신위를 거치며 수없이 제시돼온 혁신안을 정리해 길어도 일주일에 하나씩은 발표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혁신위가 오는 8일 발표할 2차 혁신안을 통해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혁신안에는 정당 민주화 등 당 구조 개혁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정채웅 대변인은 이날 "재보선 패배로 인한 당 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위가 출발한 면도 있지만,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진행해온 안을 이번 혁신위가 연속적으로 구체화해 관철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 사태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문제 등으로 혁신위가 언론에서 멀어지는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회의에서 (매번 하는) 뉴스브리핑을 2번 정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내부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어 2차 혁신안이 발표되면 관심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혁신위에 대한 평가는 오는 20일 소집되는 당 중앙위원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된다. 혁신위는 이날 중앙위에 1,2차 혁신안과 함께 사무총장의 공천 관련 기구 배제 방안을 제출해 즉각적 실천을 위한 당헌·당규 반영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