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가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아베 담화 내용에 대한 비관론이 강해지는 가운데, '담화 이후' 한일관계의 선순환을 위한 여건은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아베 담화는 하반기 한일관계 진전을 위한 흐름이 동력을 얻느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의 담화가 무라야마 전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와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등 이전 내각의 역사인식을 확실한 표현으로 재확인할 것을 촉구해 왔다.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주변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면 한일관계가 선순환 트랙을 타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는 입장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일관계를 앞으로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아베) 총리 담화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역사인식 계승의 리트머스로 여겨지는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표현(식민지배, 침략, 반성, 사죄)이 아베 담화에 모두 담길 가능성은 낮다는 게 관측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아베 담화의 전문가 자문기구(21세기 구상 간담회)가 같은 날 아베 총리에게 전달한 보고서도 2차대전을 둘러싼 일본의 행동에 대해 '침략'과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죄'는 담지 않았다. 식민지배와 침략도 단순한 '사실'로서 거론됐다.

윤병세 장관과 만난 기시다 외무상도 아베 담화에 대해 "과거 대전(大戰)에 대한 반성과 평화국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세계무역센터(PWTC)에서 약식 회담을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실상 아베 담화가 이제까지 일본 안팎에서 나온 관측 이상의 내용이 되기 어렵다는 해석을 낳는 발언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담화가 나올 경우,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염두에 두는 '현안 진전을 통한 선순환'은 고리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지난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 당시 정상들이 상대국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형성된 관계 개선 모멘텀을 이어나가자는 의지를 확인했지만, 이후 실질적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를 합의로 해결하면서 기대가 고조되기도 했지만, 이후 양국이 강제노동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으면서 '호재'가 아닌 '악재'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아베 담화가 선순환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면 정부는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추진 등 다른 현안 진전에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식민지배 등 표현을 담지 않더라도 아베 담화가 과거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한일관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응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담화의 표현 자체에 지나치게 한일관계를 연결시키면 우리의 외교적 운신 폭을 줄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우리가 아베담화 그 자체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