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29일 입장표명 전 文·安 회동 가능성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문정국이 마무리되자마자 또다시 당 내분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오는 29일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가운데 한동안 잠복했던 지도체제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호남권 의원들은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대규모 회동을 가졌다. 호남권 전체 27명 가운데 23명이 참석했고, '문·안·박 연대'에 대한 비판과 호남 민심 악화에 대한 문 대표의 책임론이 비등했다는 후문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광주에 가서 자기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매도한 것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 한마디 말이 없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유성엽 의원은 "문 대표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여러 가지 미봉책들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한 마디로 '문·안·박'에 호남은 없다"고 가세했다.

이들은 27일 문·안·박 구상에 대한 보완과 함께 문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호남권 의원 3~4명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역 하위 20% 물갈이를 위한 평가작업이 진행되는 것과 맞물려 일부 인사들이 '천정배 신당'에 합류하거나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주류 한 의원은 "하위 20%라면 20명이 넘는데 이들이 먼저 탈당하면 비주류 수장들과 함께 신당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범주류로 분류되는 초·재선 인사 50여명은 27일 안 전 대표의 문·안·박 연대 수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성명을 전달하기로 했다.

6명의 원외 시도당위원장과 70여명의 원외 지역위원장은 안 전 대표의 결단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진 의원들은 안 전 대표가 들러리를 설 것을 우려하는 것을 감안해 문 대표가 먼저 사퇴한 뒤 중앙위 등을 통해 문·안·박을 공동대표로 선출하는 방식을 추진함으로써 공동지도체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은 '문·안·박 공동지도체제' 수용 여부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지만 미묘한 기류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다른 답을 말할 수도 있고, 아예 받을 수도 있고, 문 대표의 제안을 포함해서 섞은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 대표도 고민한 결과를 이야기한 것인 만큼 신중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절, 수락, 역제안 등 모든 방안이 열려있다는 뜻으로, 그동안 "진정성·구체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언급이다. 거부 기류가 강했던 초기와 비교할 때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이르면 27일 전격 회동해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 측은 "29일 전에 만나서 의견교환은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와 절충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 영결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좋은 선택을 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은 여전히 안 전 대표가 문 대표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문·안·박 연대가 당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안 전 대표의 생각에 변화가 없다"며 "문 대표에게 살신성인을 요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