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로 예정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연기했다. ‘눈 가리고 아웅’인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 달 협상 타결 직후부터 부실투성이던 정부의 대응과 시간이 지날수록 훤히 드러나는 문제점들로 수입조건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국민들 의견이 그동안 강하게 제기돼 왔다.

쇠고기 협상문제에 대해 ‘검역주권 포기’를 앞세운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온/오프라인 참여와 넥타이부대•중고등학생 할 것 없이 연일 보도되는 촛불시위 참가는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인터넷에서는 쇠고기 협상문제에 관한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격정 이상으로 넘쳐났다. 그만큼 중고등학생으로 대변되는 네티즌들이 당당하게 사회현상에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80년대 민주화 시위 현장의 넥타이부대 참여만큼이나 주목 받는 현상으로 회자된다.

이번 ‘쇠고기 협상 파동’은 이명박 대통령도 인정했듯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에 '덜' 관심을 기울인 탓에 촉발된 측면이 강하다. 협상 시작과 끝에 걸쳐 정부의 ‘일방통행’이 불러온 화에 다름 아니란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파동 초기, 온라인상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네티즌들의 항변과 연일보도되는 촛불 집회의 의미를 도외시했다. 혹자는 ‘인터넷의 힘’에 둔감한 청와대·한나라당의 인식이 “위험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참여자 구속방침에 네티즌들이 ‘날 구속하라’며 경찰청 홈페이지에 몰려 이를 다운시킨 행위는 특히 ‘일대 사건’으로 치부된다. 공권력의 폄하라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 두려움을 거세하는 소신의 발로라는 지적은 네티즌들의 ‘힘’을 역설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5.15 고시’가 연기된 만큼, 이제 정부가 나서 ‘협상 파동’을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정의 과잉’이라거나 ‘괴담’ 혹은 ‘불순한 저의’를 앞세우기 전, 국민의 합의 없는 정부의 독단이 얼마나 큰 국민적 저항을 불어오는 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친 소(광우병)’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터넷 발화를 ‘선동에 의한 열병’으로만 치부해서는 저항의 심지에 다다를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가 지금까지 드러난 협상의 문제점을 토대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할 것이다.

정권을 이끄는데 있어서 국민과의 소통은 ‘기본’이다. 인터넷 여론 또한 중요한 ‘소통’의 툴이란 걸 차제에 ‘협상 주체’도 깨닫길 바란다.